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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기자

"노조는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정말 회사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현대중공업 임원진은 심각한 형편을 자못 담담하게 풀어냈다. 당장 직장을 잃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는 넋두리에는 진지함이 묻어났다.

 현대중공업은 3년째 적자다. 누적 적자액은 5조 원에 달한다. 올해 수주한 선박은 3척에 불과하다. 해양 플랜트 사업은 작년 11월 이후로는 파리만 날리고 있다. 언제 일감이 떨어질 지 모를 일이다. 이달부터 해양플랜트를 제작하는 해양2공장은 문을 닫았다.

 이 와중에 노조는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제시했다. 임금 11만 9,712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과 성과급 250%를 요구했다. 하계휴가 9일에서 11일로 확대, 조합원 100명 이상 해외연수 실시, 퇴직자만큼 신입사원 충원, 이사 추천권 등도 덧붙였다. 이쯤 되면 회사야 망하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라는 투다.

 불똥은 협력업체로 튀고 있다. 벌써 도산을 걱정하는 협력업체가 부지기수다. 살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 공장을 유지하기 위해 협력업체들은 사생결단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구조조정은 당연하게 받아 들이는 분위기다. 지금은 그나마 기존 물량으로 일하고 있지만, 선박수주 부진이 이어진다면 내년이나 그후에는 회사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미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사내 협력사 20여 곳이 문을 닫아 근로자 2,600여 명의 임금 160억 원이 체불된 상태다.

 "노조의 요구안은 정말 말이 안 되고,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 협력업체의 공통된 목소리다. 지금 현대중공업과 관련 업계는 그야말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쳐야 할 때다. 생존이 우선인데 밥이 적다고 투정할 때도, 해외연수를 보내달라고 떼를 쓸 때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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