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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학장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마치 세상이 온통 인공지능에 의해서 지배될 것 같은 분위기다. 알파고는 그리스 문자의 첫 글자인 '알파(α)'와 영어의 'Go'를 합성한 말이다. 정책망과 가치망이라는 두 가지 신경망을 통해 결정을 내리며 머신러닝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알파고의 등장은 지적 대량생산 시대의 개막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간의 지적 능력마저도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무한히 재생해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머지않아 인간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며 결국은 인간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첨단 의학 분야뿐만 아니라 전쟁을 기획하고 수행하는 일까지 인공지능이 맡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세돌은 시합이 있기 전 기자회견에서 "이번 승부에서는 내가 이기더라도 언젠가는 인간이 패배하리라고 본다. 그것은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데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마치 인간이 기계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을 필연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처럼 들이는 말이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에서 과연 승자는 누구인가? 세상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겼다고 한다. 맞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알파고가 이겼든 이세돌이 이겼든, 그것은 결국 인간의 승리이기 때문이다.

 알파고는 자생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에 의해서 개발된 프로그램일 뿐이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진 데이터 의존적 함수이기 때문에 그 근원에 인간이 없고서는 불가능하다.

 인공지능 시대에 문제는 결국 인간의 문제다. 문제는 인공지능에 대한 맹신주의다. 모든 것에서 인간이 먼저라는 생각 없이는 기계에 대한 무모한 맹신주의에 빠지게 된다. 기계에 모든 것을 의지하고 맡기려 할 때 인간은 끝없이 추락하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을 인공지능에 기대게 될 때 인간의 지능은 퇴화될 수밖에 없다. 

 디지털 치매현상이 그것이다. 일일이 전화번호를 기억해야 했던 시절엔 웬만한 번호는 다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휴대전화기에 전화번호가 기억되고 누르기만 하면 번호가 뜨다 보니 전화번호를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가까운 사람의 전화번호마저 잘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은 인간의 디지털 치매현상을 가속시키게 될 것이다. 몇몇 사람이 머리를 써서 어떤 형태의 인공지능을 만들어 놓으면 인간은 그것을 사용하려 할 뿐 머리를 써서 일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발달은 인간이 어려움에 쳐했을 때 그것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져왔다. 어쩌면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부분은 바로 그것이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서 인간의 지능이 퇴화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인공지능이 무엇을 학습하느냐에 따라 천사가 될 수도 있고 악마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제공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채팅로봇 테이의 사건이 그것을 증명해 준다. 알파고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야심차게 채팅로봇 테이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런데 그 테이가 문제를 저지르고 말았다. 대화 과정에서 인종차별적인 말언을 하고 대량학살을 찬성하는가 하면, 심지어 히틀러를 찬양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화려하게 등장했던 테이는 불순한 인공지능으로 주목받아 세상에 나온 지 하루도 채 안되어 퇴출되고 말았다.

 인공지능은 인간에 의해서 개발된 지식들을 잘 조합해 만든 데이터 의존적 프로그램이다. 심층학습기법도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일 뿐이다. 문제는 인간이 어떤 데이터를 제공하고, 어떤 프로그램을 의도하여 만드느냐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선으로 만드느냐 악으로 만드느냐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인간과 인공지능과 공존할 수 있는 지혜로운 길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 이 모든 답은 결국 인간의 교육에서 찾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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