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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풍요의 땅으로 불렸던 스웨덴 해안도시 말뫼(Malmo). 현대중공업의 상징 '코쿰스 크레인'의 친정이다. 울산으로 오기 전 코쿰스는 세계 최강의 조선강국 스웨덴의 자부심이었다. 말뫼 시민들은 코쿰스의 번영과 더불어 풍요와 윤택을 누렸다.

 평화가 깨진 것은 한국이 조선업 신흥강국으로 급부상 하면서부터다. 선박 수주 경쟁에서 백전백패를 거듭했던 말뫼는 1986년 코쿰스를 멈춰세웠다. 장대한 코쿰스는 2003년 울산으로 옮겨졌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것을 현대 정주영 회장은 단돈 1달러에 매입했다.

 현대중공업 '골리앗 크레인'이 바로 그것이다. 당시 말뫼 시민들은 장송곡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크레인이 '말뫼의 눈물'이라는 별칭을 갖게 된 배경이다. 승승장구 해왔던 한국의 조선업은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울산은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도시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최근 현대중공업이 무더기 구조조정을 암시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신흥강국 중국의 공세로부터 파죽지세로 밀리고 있는 조선업의 동향은 심상치 않다. 이제는 울산이 말뫼의 눈물을 볼 지도 모를 처지에 놓인 것이다. 총선이 끝나자 예상됐던 정부의 구조조정도 수순을 밟고 있다.

 이제 곧 서슬퍼런 칼바람이 몰아칠 기세다. 비단 조선업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후폭풍이다. 이미 조선부문에서만 협력사를 포함해 1만 5,000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 김기현 시장의 현중 협력사단 방문을 그래서 의미가 크다. 기업의 슬림화가 불가피하다면 대량실직을 감당할 사회안전망이 이들을 뒷받침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 전반이 재기불능에 빠질 수도 있다.

 '인왕경'(仁王經)에는 '번성한 후에는 반드시 쇠퇴한다'는 성자필쇠(盛者必衰)의 이야기가 나온다. 쇠락을 자각했다면 다시 성할 수 있는 바탕을 다져놓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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