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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뫼의 눈물은 현대중공업이 2002년 스웨덴 코쿰스 조선소에서 단돈 1달러에 사들인 대형 크레인의 별명이다.
 스웨덴 말뫼에 본사를 뒀던 코쿰스는 한때 세계 조선시장을 선도했지만 한국 업체의 약진에 밀려 문을 닫았다. 대형 크레인은 방치되다 현대중공업에 매각됐다.

 스웨덴 국영방송은 크레인이 배에 실려 사라지는 모습을 장송곡과 함께 보도하면서 "말뫼가 울었다"고 표현하고 조선대국의 자존심도 떠났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른바 '말뫼의 눈물'이다.
 그랬던 말뫼가 지금 신재생에너지, BT, IT 중심의 친환경 생태도시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산업도시라는 낡은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미래형 첨단도시로 변신한 것이다.
 말뫼는 덴마크의 코펜하겐과 이어지는 연륙교가 2000년 완성된 것을 계기로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컨벤션 산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했다.
 골리앗 크레인이 서 있던 자리에는 미래형 첨단빌딩 '터닝 토르소(Turning Torso)'가 들어섰다. 조선소가 위치했던 서쪽 해안지역의 베스트라 함넨은 미래형 생태도시로 거듭났다.

 인구 27만의 말뫼는 스웨덴 제3의 도시다. 베스트라 함넨은 시내에서 서남쪽 해안방향으로 약 15분 거리에 있다.
 베스트라 함넨의 핵심은 'Bo01'지구. 바닷가 쪽으로 6∼7층 높이의 아파트들이 줄지어 있고 좁다란 골목으로 들어가면 공동주택들이 들어서 있다.
 2001년 이곳에서 열린 유럽주택전시회에 출품했던 건축가 22명의 작품들이다. 디자인, 색상, 건물의 높낮이가 다양해 장난감 마을 같지만 에너지 효율성을 최대한 높이도록 설계됐다.
 전기는 인근 바닷가에 설치된 풍력발전기에서 나온다. 난방용 에너지는 지역난방용 가스관을 통해 전달되는 폐열을 사용한다.
 건물은 태양에너지를 최대한 받아들이도록 설계됐고 건축 자재는 단열재를 사용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했다.
 모든 가로등은 태양전지로 작동된다. 아파트에는 햇빛을 한껏 받을 수 있도록 통 유리창이 설치됐고 지붕에는 집열장치를 갖춘 태양광 발전기가 갖춰졌다.
 생활 쓰레기는 지역난방을 위한 쓰레기소각장으로, 음식 쓰레기는 분쇄기에서 별도의 파이프를 통해 바이오가스 공장으로 보내진다.

 건물 지붕과 담을 따라 빗물을 받을 수 있도록 홈통을 설치했다. 빗물은 한차례 정수과정을 거쳐 녹지 공간의 조경수로 사용된다.
 에코빌리지는 거주자들이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리도록 친환경 교통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거주지 내부에 자동차 길을 없애고 지하 주차장을 만들어 지상의 도로는 보행자와 자전거만 다닐 수 있도록 했다.
 방문객들을 위한 주차장은 마을 외곽에 설치해 자동차의 통행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자동차의 도시로 불렸던 디트로이트도 자동차 회사들의 노력으로 다시 활력을 찾고 있다.
 디트로이트는 지엠과 포드, FCA 본사가 위치하면서 자동차의 도시로 부와 명성을 얻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2009년 이들 자동차회사 때문에 파산 위기까지 몰렸다.
 2009년 빚더미에 올라 앉은 지엠 등 빅3는 미국 정부에 파산보호 신청을 할 정도로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렸다.
 하지만 자동차 회사들의 몰락과 함께 쇠락의 길을 걷던 디트로이트가 안정된 노사문화를 바탕으로 일자리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다시 활기를 띄고 있다.
 자동차의 도시 디트로이트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은 것은 역시 지엠과 포드, FCA 등 미국 '빅3'라 불리는 자동차 회사들이다.

 울산의 경제상황을 비교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두 도시, 말뫼와 디트로이트는 과거 위기 상황에서 '도전'과 '변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성장을 일궈낸 도시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지역 경제가 침체 위기 속에 처한 울산으로서는, 이 두 도시를 통해 울산의 미래에 대해 자문자답을 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더구나 지금은 과거의 전통적인 사회가 아니라, 수없는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역동적이고 복잡 다양한 사회다.

 이러한 점에서 두 도시의 성쇠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매우 크다.
 울산이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성장을 얻기 위해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고민하고, 목표를 세우고, 실행계획을 만들고, 행동으로 옮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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