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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3년이 걸렸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비만 오면 떠내려 갈까 청개구리마냥 노심초사하지 않고 안도할 수 있게 됐으니.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추진돼다 검증 실패로 최후를 맞은 '임시가변형 물막이' 얘기다.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지만 성공할 수 있다던 특수 공법은 사실상 발상부터가 '기네스'감 이었다.

 어떠한 토목 공법도 없이 마찰력 만으로 폭우와 수압을 견뎌내면서 수위에 맞춰 높이까지 조절한다는 물막이는 흡사 신세계였다. 암각화를 물에 젖지 않게 해준다던 물막이는 몰려든 취재진 앞에서 허망한 실체를 드러냈다. 투명판을 비집고 솟구쳐버린 물줄기는 실소를 금치 못하게 했다. 자칫 실험이 성공이라도 했더라면 하는 생각에 모골이 송연해지는 순간이었다.

 문화재청의 무모한 제안을 수용했던 울산시는 행정력을 허비했고 신뢰까지 잃었다. 국토부도 마찬가지다. 암각화를 '자맥질'에서 자유롭게 하기 위해 울산시민 식수원인 사연댐 수위를 낮추라고만 했다. 대구 운문댐 물을 끌어다 쓰게한다는 방안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국토부도 문화재청도 결코 당사자는 아니다. 그럼에도 상급기관을 거역하지 못해 불필요한 절차를 수행했다면 이제는 시가 실속있게 주도해야할 때다. 생태제방과 질긴 인연으로 엮여 있는 맑은물 공급 사업의 매커니즘을 분리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대구에서 하루 7만곘의 물을 끌어오면 생태제방이 필요없다는 정부의 논리상 오류부터 바로 잡아야한다. 그러기 위해선 대구가 자비를 베풀때까지 기약도 없이 기다리거나, 만일 물을 가져온다해도 수위를 낮추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생태제방은 국보를 지켜내기 위한 것이고, 맑은 물 사업은 저급한 낙동강 물을 더이상 동냥하지 않기 위한 돌파구다. 물막이도 맑은 물도 성사시키지 못한 정부도 체면을 구겼다. 울산시는 이를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묘'를 발휘할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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