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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최근 울산지역 노동계가 연출하는 촌극이 그야말로 가관이다. 1부는 현대중공업 노조 현 집행부가 맡았다. (제 앞가림도 어려운 상황에서) 경영이 어려운 지역의 한 진보 언론에 일감을 밀어준답시고 어설픈 입찰을 진행하다 노조 내부의 역풍을 맞고 있다. 

 든든한 노조 집행부의 '빽'만 믿은 이 언론사는 엉터리 전대 계약서를 입찰에 들이미는 사고를 쳤다. 현재 노조 회계감사가 이 말도 안되는 입찰을 당장 바로 잡아야 한다고 꾸짖는데도, 노조 집행부는 "좋은게 좋은거니 대충 넘어가자"며 넉살이다. 

 2부에는 현대자동차가 등장한다. 그 유명한 철탑 농성으로 정규직 티켓을 따 낸 최 모씨가 주연이다. 회사가 "정규직 됐으니 와서 일 좀 하라"고 줄기차게 매달려도 다른 맛(?)에 푹 빠진 최 씨는 그토록 염원하던 현대차 정규직을 외면하고 있는데, 이 와중에 현대차 노조는 "최 씨를 현대차에 복직시켜라"며 전혀 먼 나라 공장 이야기를 하고 있다.

 관련 내용을 취재하고 기사를 쓰면서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골치가 아팠고 지금도 정확한 사태 파악이 불가능할 따름이다.

 1부와 2부 사이 광고 타임은 현대차 부품 협력업체 물류팀이 메웠다. 부품을 나르기 위해 현대차에 상주를 하다 보니 "아! 우리 현대차 공장에 오래 있는데, 그럼 우리도 현대차 정직원 아닌가?"하며 떼를 쓰고 있다. 신문사에 매일 오시는 청소부 아주머니가 "내일부터 사회부 기자 할래요"하는 맥락이다. 오죽했으면 부품사 동료들이 피켓들고 이들을 뜯어 말릴까.

 울산 노동계 촌극의 피날레는 액션물이다. 진보와 민주의 상징인 노동계 주요 인사들 사이에서 서로 욕설과 폭행, 집단 협박 등이 오갔는데 밀린 쪽이 억울했는지 이걸 공개하자고 좌담회까지 열었다. 우연히 녹취록을 들었는데 영화 '나쁜놈들 전성시대'는 감성 멜로다. "보수는 부패에 망하고, 진보는 분열에 망한다" 한번씩 밥 사주는 선배의 말인데, 울산 노동계는 지금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그 여파로 분열 중이다.

 울산이 고향이라 현대중공업에도, 현대자동차에도 친구들이 많다. 노조가 이들의 권익에 대해 얼마만큼 책임의 무게를 지고 있나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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