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은 여류작가 한강씨가 국제적인 문학상인 '맨부커상(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을 수상한 작품 '채식주의자'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소설을 입수하기 위해 학교 도서관에 갔더니 책이 모두 대출 중이고, 게다가 이미 예약자가 대기 중에 있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부탁해서 그쪽 대학도서관도 알아보라고 하니까 '채식주의자' 가 들어 있는 소설집이 열 몇 권이나 있는데, 모두 대출 중이란다.
 하는 수 없이 서점에 들러 책을 구입하였다. 마침 이번 수상에 맞추어 표지에는 붉은색 고딕으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작!'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게 새겨져 있었다.

 어느새 '채식주의자'는 베스트셀러가 되어 있었다.
 한국인들의 독서율이 낮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었는데, 세계적인 문학상을 수상하고 나니 관심이 가히 폭발적이다.
 오랜만에 살아있는 서점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문학계의 희망을 보았다고나 할까.
 '채식주의자'는 2004년에 계간지인 '창작과 비평'에 처음 발표됐고, 2007년에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게다가 한강씨의 부친이 한승원 작가라고 한다.
 한승원 작가라면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지은이로 본 '소설 속 주인공을 만나다' 27편에 실린 적이 있다.
 결국 본 글에서도 한국의 대표적인 부녀작가의 소설을 만나본 셈이다.
 아무튼 한국문학계에 모처럼 만에 불어닥친 '상 바람'에 책 읽는 맛이 저절로 더했다.
 소설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시점은 '나'라는 남편이 아내를 관찰하고 그리고 그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가 그려져 있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아내 영혜는 어느 날 이상한 꿈을 꾼 이후로 남편에게 '채식주의'를 선언한다.
 여기에는 영혜가 어린 시절 개에게 다리를 물렸는데, 아버지가 그 개를 잔인하게 죽여 개고기 요리를 해서 먹은 장면이 뇌리에 박혀, 그 트라우마로 꿈을 꾸게 되었고 결국 육식을 멀리하게 된 것이다.
 남편은 그런 아내의 채식선언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육식을 거부하고 야위어가는 아내의 모습과 매일 채소들로만 차려진 아침식탁에 불만을 품기 시작한다.
 더군다나 고기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남편과의 잠자리마저 피하는 아내의 모습에 화가 나서 처가 식구들에게 전화를 해서 아내가 채식주의로 채식만을 섭취하면서 이상하게 변했다고 말하며, 그녀의 채식을 말려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집안행사로 처가식구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식구들이 아내 영혜에게 고기를 권하지만, 영혜는 입을 다문 채 고기를 먹으려 하지 않았다. 가부장적인 영혜아버지는 젓가락을 들어 그녀의 입에 억지로 고기를 넣으려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끝까지 고기를 먹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딸 영혜의 뺨을 때리고 만다. 그러자 영혜는 부엌으로 가 과도로 자신의 손목을 긋는다.
 영혜는 응급차로 병원에 실려 가고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으로 이야기는 일단락 짓는다.

 나는 소설을 다 읽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분명 독특한 소재인 데다가 섬세한 문체에 어느새 나는 영혜와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물론 나는 채식주의자는 아니다. 고기를 즐겨먹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꿈'이라는 장치를 통한 심리변화에는 리얼리티와 설득력이 있다.
 나는 꿈을 자주 꾼다. 특별히 묘한 꿈을 꾼 날은 남편한테 "꿈을 꿨어요."라고 하면, "또 이상한 꿈을 꿨구나. 무슨 꿈인데?" 한다. 그러면 꿈 이야기를 늘어놓곤 한다. 나는 예지몽이라고 하고, 남편은 늘 개꿈이라고 한다.
 '채식주의자'를 읽고 느낀 것은 번역의 중요성이었다.
 한국문학의 좋은 작품을 번역 소개해서 널리 알리면 전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물론 무조건 영어나 다른 외국어로 번역작업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번역자의 자질도 요구된다.
 누가 번역하느냐에 따라서도 작품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한 번역가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것도 우리의 몫인 것이다. 이러한 번역 작업을 통해서 우리 문학계에 더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할 뿐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