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이사 겸 국장

최근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의 선친묘소 이장이 화제가 됐다. 정치인들의 선대 묘지 이장은 대권가도와 함께 곧잘 세상의 관심사가 되기도 한다. 과거 김대중 전대통령이나 이회창, 김종필, 이인제 등 유력 정치인들이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장으로 화제가 된 적이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김 전 대표는 최근 선영을 이장했다. 선친 묘를 서울 우이동에서 경남 함양으로 이장한 김 전 대표 측은 모르긴 해도 부모 묘소 이장지가 명당이라는 말에 이장을 결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이장한 묘터는 길지에서 나온다는 '오색토'가 출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풍수지리학자는 김 전 대표의 조상 묘소 이장지가 앞으로는 다섯 개의 안산이 자리하고, 뒤로는 지리산이 기운을 모아주는 길지라고 보고 있다.

 김 전 대표의 부모 묘소 이장이 눈길을 끄는 것은 대권 도전을 앞두고 조상의 묘를 이장한 정치인들이 당선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7년 대선 2년 전에 전남 신안군에 있던 부모의 묘소를 경기도 용인으로 이장한 뒤 당선됐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2004년과 2007년에 각각 선친과 조상의 묘를 이장했지만, 대선에서 패배했다.

 이장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사실 최근 울산에서 벌어지는 개발붐을 보고 있으면 풍수적인 관점에서 길흉화복은 울산과 무관하지 않은듯 보인다. 울산은 풍수로 볼 때 전형적인 용의 기운을 가진 땅이다. 동해안과 접해 있는 울산은 대체로 구릉성 산지와 평야로 형성돼 있으나, 가운데에 함월산을 주산으로 무룡산과 문수산을 청룡과 백호로 거느린 명당이다. 풍수 전문가들에 따르면 울산은 태백산맥이 남진하는 중에 험한 기를 벗어 버리고 천연의 요새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청도 운문산으로 내려온 태백산맥이 한 줄기는 경주의 금오산을 만들고 남쪽으로 내려와 울산의 주산인 함월산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무룡산은 울산의 좌청룡으로 천연의 항구인 울산만을 만들었고 운문산에서 정족산을 거쳐 문수산으로 이어진 맥은 울산의 백호가 되어 태화강 남쪽에서 울산을 감싸고 있다.

 최근 가장 지가 상승이 두드러진 혁신도시 유곡동 일대는 함월산의 기맥과 문수산의 기맥이 상통하는 지역이다. 주산인 함월산이 수십년 전 개발붐에 일부가 훼손되는 상처를 입었지만 아래로 웅장한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잘린 기운이 충분히 보완됐다는 진단도 있다. 이 때문에 재복의 상징인 함월산의 기운이 혁신도시의 완성으로 새로운 기운을 뻗어나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나오는 상황이다.

 울산의 전체 형국은 수많은 용이 주안상을 차려놓고 모여있는 구룡반취형(九龍盤聚形)의 모습이라고 한다. 공단 지역은 청룡과 백호가 여러 겹으로 감싸고 있는 중에 금빛 소반에 음식을 가득 차려놓은 모습이고 앞은 시원하게 터져 미래를 향한 기상을 엿볼 수 있는 땅이다.

 울산의 이와 같은 풍수지리에 대해 풍수전문가 최주영씨는 "청룡맥에 해당하는 동구 쪽은 동해로 입수(入水)하기 위해 용들이 모여 회의하는 모습이니 이들이 타고 갈 배를 위해 조선 공장이 들어서는 것은 순리요, 육로 수송을 위한 자동차 공장이 자리한 것도 용의 기세에 어울리는 것"이라 풀이하고 있다. 그는 또 "울산에는 지형상 아홉 마리의 용이 모인 땅이라 항상 구름과 안개가 끼어 있어야 하는데, 이 또한 공장의 연기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울산의 지형적 기운이 양분된 남구와 동구의 지세다. 함월산을 주산으로 태화강을 돌아 돋질산까지 뻗은 남서 방향의 지세와  함월의 기운을 쫓아 무룡산에서 용틀임을 한 동구의 기세는 용호상박의 형국이다. 그 기운이 상승의 경쟁체제가 돼 조선과 자동차, 그리고 석유화학과 비철단지가 시너지 효과를 보고 개발과 성장의 주도한 모습이 과거였다면 지금은 두 곳의 기운이 울산대교로 인위적인 결합을 시도해 융합의 혼돈기를 거치고 있다는 설이다.

 이 때문에 양쪽의 기운이 동시에 하나로 분출하지 못하고 진통을 거듭하는 형국이지만 울산대교를 중심으로 사통팔달의 도로망이 정비되고 왕래가 순환한다면 그 기운이 과거보다 더 큰 융성기로 접어들 수 있다는 설도 있다.

 구룡반취형의 울산 지세는 개발과 성장의 희생으로 훼손이 거듭됐지만 새로운 형태의 인공 구조물들도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기운을 용틀임할 수 있다는 가설이 흥미롭다. 혁신도시가 울산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됐고 울산대교가 이를 아래에서 견고하게 받쳐주는 형상은 울산의 새로운 풍수적 구도다. 그 기운이 오늘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기운을 북돋는 발판이 되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