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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는 저마다 다양한 필요를 안고 사람들이 찾아온다.
 어떤 날은 만학도로 방송통신대학을 다니는 중년 여성이 학교 과제로 나온 '청소년 상담' 관련 도서를 찾아 도서관으로 온다.
 또 다른 날은 손주를 더 잘 키우고 싶은 할머니가 "이 책, 읽어 보면 우리 손주 키우는데 도움 되겠지"하며 육아 관련 도서를 찾는다.

 그 중에서 아이에게 좋은 그림책을 읽어주고 두 손 무겁게 책을 빌려가는 엄마들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인근 학교 시험기간에는 도서관 책상이 시험 공부를 하러 오는 학생들의 차지가 된다.
 주민자치센터 요가 수업에 왔다가 "여기 우리가 볼 만한 책도 있능교?" 하며 수줍게 방문하는 연세 많은 어머님들도 있다.
 책을 반납하며 "그 책 재밌게 잘 읽었심더. 이런 책 또 없능교?" 하고 물어보실 때가 가장 뿌듯하다.
 독서지도, 한자교육, 두뇌계발 보드, 엄마랑 책 놀이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용자들의 발길도 꾸준하다.

 토요일에는 '빛그림 동화 감상, 과학놀이, 책 읽어주는 언니 오빠 시간, 토요문화학교' 등 특별 프로그램이 있다.
 어떤 가족은 주말 아침부터 방문해 도서관 밖 테이블에서 엄마와 아이들이 간단한 먹거리로 점심을 먹고 긴 시간을 도서관에 머물다가 늦은 오후에 동화책으로 가방을 가득 채우고 집으로 돌아간다.
 공공도서관의 '공공(公共)'이란 단어에는 '여러 사람이 모여 힘을 함께 한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
 함께하는 공간으로 공공도서관은 그 시설과 자료, 직원이 많은 이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한다.
 선뜻 구입하기 망설여지던 고가의 고전과 양서를 도서관에서 무료로 빌려보며 그들의 삶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

 우울한 기분으로 어디 마음 둘 곳 없는 날은 책 속에서 위로 받고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생활의 고민이 있을 때, 어디 물어보기도 애매할 때 그 분야 지식이 깊은 저자가 쓴 바른 정보가 담긴 책을 읽으며 문제를 해결 해낼 수도 있다.
 이럴 때 시민들이 던지는 추상적인 질문은 도서관 사서의 도움으로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뀌고 그 문제를 해결할 도서를 제공 받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수한 사서 직원과 좋은 책을 잘 정리해서 잘 보이도록 배열할 만한 서가와 공간, 충분한 열람공간과 적절한 조명, 편안한 의자, 책과 사람들이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실내온도 등 여러 선결 조건이 충족되어야한다.
 어느 요소가 하나라도 부족하면 불편을 느끼게 된다. 대량 실업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가 많은 요즘, 공공도서관은 그들이 새로운 일터를 찾거나,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재충전하며 유익하게 시간을 보내려 할 때 그들에게 도서관의 자원을 적극 제공해야 한다.

 힘든 시기를 건너고 있는 이들이 무료로 내 집처럼 편안하게 이용하며 내일을 준비하는 공간으로 공공도서관은 최적의 장소이다.
 인터넷을 무료로 사용하고 바른 정보를 담은 책과 다양한 형태의 자료가 준비되어 언제든 이용 가능하다.
 귀족과 왕족들만이 향유하던 옛날의 특수 계층을 위한 도서관이 지금은 사회 문화 경제의 발전과 함께 오늘날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한 마음껏 책을 볼 수 있는 모든 시민을 위한 공공도서관이 되었다.
 그러한 변화는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현재의 어려움을 개선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려는 많은 이들이 노력이 있었다.

 지난 1951년도 개인책 3,000권으로 고향 울산에서 사립도서관을 열었고 농민들에게 책을 읽게 하고자 전쟁의 부산물인 탄환상자를 이용해 50개의 순회문고를 만들어 운영하였던 도서관운동가 故 엄대섭 선생의 노고를 우리는 기억한다.
 그분께서 개인 사재를 쏟아가며 그렇게 이루고자 했던 우리 도서관의 발전은 어디쯤 가고 있나?
 전국에 횃불처럼 일던 마을문고 운동의 출발지였던 울산, 치열한 역사 속에 발전해온 우리의 도서관을 우리는 지금 얼마나 사랑하고 관심가지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공공도서관, 작은도서관, 학교도서관마다 적절하고 여유 있는 공간에 좋은 책이 가득하고, 전문 교육을 받은 사서가 적절히 배치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으려면 가장 먼저, 우리가 책과 도서관에 관심을 가져야한다.
 오늘은 집에서 가까운 작은 도서관, 아이가 다니는 학교 도서관 우리 지역의 공공도서관 그 어디든 찾아가보면 좋겠다.
 도서관은 우리의 관심으로 변화 발전할 수 있고, 도서관은 좋은 책으로 우리를 위로하고 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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