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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 진학 대신 현대차에 입사한다며 당당했던 니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
 막상 공장일을 하다보니 품질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 노동환경의 개선이 시급하더라며 "지금은 투쟁할 때"라고 핏대를 세우던 너의 패기도 좋았다.
 그러던 니가 어느 순간 변했다.
 술에 취해 정치의 역학관계를 따지고 노동계의 복잡한 입장을 납득시키려는 너의 상기된 얼굴에서 처음 자동차를 향한 열정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혹 기억할지 모르겠다.
 사업을 하시던 아버지 덕에 포니, 포니2, 스텔라, 그렌져로 이어지던 우리 집 차 이력을 말이다. 아버지의 차량 선택지는 늘 현대였다.
 현대여만 하고, 현대일 수 밖에 없는 이유에 잘난 애국심 따위는 없었다. 그때 당신은 현대차가 살아야 울산이 산다고 맹신한 평범한 울산 시민이었다. 
 아버지들 덕분에 너는 꿈꿔 온 직장에서 기술을 익히고 글로벌 기업 직원에 걸맞는 대접을 받고 있다.
 하는 일에 비해 1억원에 육박하는 연봉이 사뭇 부담스럽다며 머쓱하던 네가, 월급 인상을 빌미로 매년 파업을 벌인지가 벌써 5년이다.
 올해는 사측과 제대로된 협상도 채 벌이기 전에 교섭장을 뛰쳐나가 파업을 부르짖고 있다. 


 이쯤 되니 너의 삐뚤어져버린 노동관을 언제까지 의리로 감싸안아야 하는 지 회의가 든다.
 금속노조의 총 파업 날짜를 맞추기 위해 "회사가 제시안을 내지 않았다"고 떼를 쓰는 모습에서 우리의 우정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통감한다.  
 거창하게 '디트로이트의 몰락'을 이야기하고 싶진 않다. 정치 논리에 등 떠밀려 데모에 앞장서는 '소영웅주의' 놀이는 이제 그만 두라는 것이 친구로서 하고 싶은 마지막 충고다.
 250만원 월급쟁이가 아반떼를 60개월 전액 할부로 사고, 할부금이 밀리지 않게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동창들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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