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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박물관 연구관

어릴 적, 주말 저녁이면 가족들과 TV 앞에 앉아 '주말의 명화'를 시청하던 생각이 난다. 지금처럼 극장이 흔하지도, 대중화되지도 않았던 시절이라 영화를 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조그마한 TV에서 영화를 상영한다고 하면 거의 빼놓지 않고 보았던 기억이 있다.

 울산시에는 1962년 공업지구로 지정되고 당시 산업현장에 몸담아 매일 교대근무로 제대로 된 문화생활을 누리지 못하고 살아오신 분들이 많다. 오늘날 이분들이 베이비붐 세대가 되어 퇴직 후, 그 동안 누리지 못했던 여가생활을 즐기고 옛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인 문화는 분명 영화다.

 영화는 그 시대의 문화를 그대로 반영해 주기 때문이다. 옛 추억을 회상하고 향수를 느끼고 싶다면 그리고 경험해보지 못한 지난날의 문화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 보고 싶다면 영화만한 매체도 없을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2015년 3월부터 문화가 있는 날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가 '추억'라는 단어였고, '추억의 시네마'라는 타이틀로 울산박물관에서 한국 고전영화를 상영하게 되었다.

 박물관은 고고학적 자료나 역사적 유물 등을 수집하고 보존해 전시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평생교육에 기여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박물관에 전시된 역사적인 유물도 보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혹시나 봤던 영화라도 기억이 잘 나지 않아 다시 한 번 꼭 보고 싶었던 영화를 박물관이라는 특별한 장소에서 본다는 것은 색다른 경험일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추억의 시네마라는 제목으로 한국 고전영화를 상영하여 관람객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다.

 2016년에는 '굿Good 시네마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지나간 영화는 우리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진다. 박물관에서는 고전영화 뿐만 아니라 향상된 시설을 통해 잊혀져가는 다양한 영화를 선정하여 작년보다 더 많은 편수와 장르의 영화를 선정해 관람객들에게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관람객들에게 더욱 편의를 제공하고자 프로젝터와 스크린을 대형으로 교체하여 영화를 관람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였다. 이 덕분인지 1회 평균 30~40명 정도였던 관람객이 지금은 평균 100~120여 명이 될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다. 관람 후 돌아가실 때는 박물관이라는 좋은 곳에서 무료로 좋은 영화를 볼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도 전해준다.

 문화가 있는 날은 매월 마지막 수요일이다. 주말이 아니기에 찾아오는 관람객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박물관에서 무료로 영화를 상영한다고 해서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언제든지 와서 볼 수 있는 현실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한 달에 한번 있는 문화가 있는 날! 꼭 울산박물관이 아니어도 좋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여러 곳에서 행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한번쯤은 찾아가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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