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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방문의 해, 성공의 열쇠
도시의 역사는 사람의 역사다. 황성동 바닷가부터 대곡리 평원에 이르기까지 움막 짓고 고래 잡던 사람들이 이 도시의 첫 문화인이었다면 세계 최대의 배를 만들고 대륙을 달리는 자동차를 만든 사람들이 지금 이 도시의 주역이다.

생태하천 태화강·십리대숲·반구대 암각화…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유구한 역사문화도시
울산人 정체성 바로세워야 인재 몰리고 발전
내년 광역시 승격 20주년 '새출발 원년'으로


울산대교 야경
처음은 사람이 도시를 만들었지만 그 사람들의 축적된 문화는 이제 도시의 튼튼한 내공이 되어 새로운 사람을 만든다. 인재가 없고 인물이 없어 울산의 오늘이 이 정도의 평가절하를 당한다는 이야기는 공염불이다.

    사람을 만드는 도시를 위해 울산은 과연 무엇을 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일이다. 50년 후, 아니 100년 후쯤 울산의 모습을 그려보고 그 밑그림에 울산을 하나씩 잘 잡아 나가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번 고착화된 도시 이미지를 바꾸는 것은 어렵다. 세계는 이미 도시간 경쟁력이 국가의 가치를 올리는 시대가 되고 있다. 뉴욕은 'I LOVE NY', 베를린은 'Be Berlin'으로 도시브랜드를 상징화해 세계인에게 손짓한다. 물론 그 바탕에는 그 도시의 역사를 깔고 있다.

 사람과 자본의 공간적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외부기업과 자본, 사람을 유치하려는 도시간의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도시정부는 기업가적 역할을 수행하게 됐으며, 매력적인 공간 조성을 통해 도시의 상품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도시브랜드를 개발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태화강 십리대숲
 울산은 지난 세월동안 '역동의 산업수도, 푸른 울산'을 기치로 도시 홍보에 힘을 쏟았다. 영문 브랜드로 울산을 홍보하는 문구는 'ULSAN FOR YOU'다. 공해의 이미지를 벗고 환경의 옷을 입히려는 이 슬로건은 대한민국의 심장, 수도 서울을 비롯해 많은 곳에서 울산을 홍보하고 있다.

 문제는 역동의 산업수도로 각인된 울산을 오래된 미래가 공존하는 역사문화의 도시로 홍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지금 울산은 산업도시에서 창조도시로 변화해 가는 과도기적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과거를 되돌아보고 어떤 미래로 나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미래로 가는 방향에는 바탕이 필요하다. 바로 역사다. 울산이 과거 역사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 것인가, 문화적 유산을 거기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그래서 중요하다.

 울산의 미래와 도시발전을 위해 중요한 것은 창조적인 인재들이 들어와야 한다는 점이다. 창조는 기계가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몫이다. 연구개발분야에서 꼴찌를 면치 못하는 울산의 현재 상황과 연결해서 본다면 울산의 역사를 새롭게 보는 시도는 주민들의 정체성, 자긍심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울산에 사는 사람들의 정체성이나 자긍심이 높아지면 새로운 인재는 자연스럽게 모여들기 마련이고 사람이 모이면 역동성과 창조성은 '봄날의 죽순'처럼 올라오기 마련이다.

# 대안은 울산 정체성 품은 울산人
여기서 생각해 볼 부분이 울산의 문화 영토다. 울산은 공업화 이후의 역사로 세상에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신라 1,000년의 모항으로 국제교류의 통로가 됐던 곳이다. 울산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울주'는 이미 이름이 부여된 지 1,000년을 눈앞에 두고 있고 울산 역시 우시산국으로 시작한 역사성이 2,0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반구대 암각화
 역사 이전의 시대는 한마디로 어마어마하다. 무엇보다 울산은 한반도 문화의 서막을 알리는 반구대암각화가 울산 문화권의 기둥으로 버티고 있는 도시다. 이미 역사학계에서는 울산을 신라문화권과 다른 북방계와 남방계 문화의 절묘한 조화로 빚어낸 차별화된 문화권으로 분류하고 있다.

    여기에 힘을 보태고 담론이 활성화 된다면 울산이야 말로 울산문화권의 오래된 역사는 물론, 가히 역사 문화의 도시로서 그 위상이 바뀔 수 있는 자산을 가진 도시다.

 1,000년 전 국제무역항인 반구동 항만 유적지와 개운포 유적지가 신라의 수도 서라벌의 영광을 이끌었듯 이제 울산이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과거를 어떻게 해석하고 이를 오늘의 우리 것으로 만들어 내느냐에 있다.

 바로 문화다. 문화가 흐르고 문화적 소양이 갖춰진 사람들이 많은 도시는 생기가 넘친다. 울산은 비록 전국 소득 1위라는 성적표를 냈지만 부자도시 이외에는 자랑거리가 별반 없는 '풍요속의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그 대안은 울산인들이 울산을 얼마나 이해하고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달렸다. 흔히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한다.

 시립미술관 하나를 짓는데 상권이 개입되고 이해관계가 얽히는 도시는 천박하다. 공해인접지역에 그것도 분뇨처리를 하던 곳에 시립도서관을 짓는 도시는 싸구려 문화에 익숙한 이들이 리더로 자리하기 때문이다. 문화시설 유치 때마다 이를 자신의 공약인듯 떠들고 표와 관계되는 일이라면 도시의 미래와 상관없이 지역구만 챙기는 정치인들이 존재하는 한 도시의 미래는 암담하다.

신불산 억새평원
 도시를 이끌어 가는 이들의 안목이 도시의 미래와 직결된다. 그 저변에는 미래에 대한 소명의식이 깔려 있어야 한다. 미래 울산을 위한 진지한 고민은 이해관계를 떠난 순수한 열정과 울산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제 광역시 20년을 맞은 울산은 그래서 새롭게 시작해야 할 중차대한 기로에 놓인 셈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울산은 앞으로도 여전히 그냥 잘사는 도시, 천박한 문화가 판을 치는 도시로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김진영 편집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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