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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부터 울산 간절곶이 '포켓몬 고(Go)'로 난리다.
 일본에서도 정식출시되면서 간절곶이 서비스권에 들어가 전국 관광객이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유행에 발빠른 친구중엔 간절곶에 갔다 검둥이가 됐다는 이들도 있고, 주변 어른들은 그게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떠들썩한지 궁금해 한다. 울산시는 아예 이를 지역경제 활성화의 호기로 보고 행정지원에 발빠르게 나서는 등 정말 한국다운, 울산다운 추진력을 과시하고 있다.

 아기 엄마에 일을 하다보니 한때 게임광이었던 기자지만 아직 플레이 해보진 못했다. 다만 주말동안 관련기사에 달리는 정말 상반된 반응의 댓글들을 보며 이 게임 하나에도 오늘날 함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다양한 세대, 계층이 얼마나 다른 반응인지, 또 서로 자기 얘기만 하느라 상대 처지는 얼마나 고려하지 않는 지를 알 수 있었다.

 아마 컴퓨터 게임을 접하지 못한 중장년층의 눈엔 포켓몬고에 빠진 이들의 모습이 한심할 것이다. 이들의 댓글은 한 마디로 "포켓몬고 한다고 쌀이 나오냐, 밥이 나오냐"다. "포켓몬 잡을 바에 간절곶 물고기나 잡아라" 같은 댓글이 그 예다. 온종일 피땀흘려 일을 한 2D산업 노동풍경만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되는 시각이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다. 노동만큼 여가의 질을 중시할 뿐 아니라 불황인 굴뚝산업을 대체할 신산업에 대한 요구가 끊이지 않는다. 그런 시대에 이들을 한심한 '덕후'로만 취급했다간 시대흐름을 못 따라가는 '꼰대'로 비판받을지 모른다. 먼저 출시된 미국 뉴욕에선 게이머들이 하루 수㎞씩 걷는가 하면 다른 이들과 만나 교감하는 등 대중화되면서 일상은 물론 관광패턴까지 바뀔 정도라고 한다.

 이를 지역관광과 접목한 시의 행보 역시 그 순기능을 이용한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일각에선 지자체가 돈벌이에 눈이 어두워 안전사고 등의 우려가 있음에도 제한은 커녕 장려하는 것에 우려도 내보인다. 물론 게임은 중독으로 흐를 위험이 높고, 그 자체가 생활에 도움이 안될 수 있다. 그러나 포켓몬고가 간절곶을 알리는 역할을 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또 그 이면엔 장기간 닌텐도가 구축해 온 콘텐츠의 힘이 있었던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게임을 부작용 때문에 외면하는 건 마치 영상세대에게 영상과 이미지는 제한한 활자교육만 하는 것과 같다. 게임은 수학, 물리, 심리, 전자공학 등 각종 학문과 인문학 콘텐츠가 결합된 상업예술이다. 포켓몬고가 증강현실(AR)기술을 접목했듯, 동시대 최고기술의 결정체라 해도 무방하다.

 댓글 중엔 친척집에서 제사 지내다 포켓몬 잡을 생각에 도주했단 내용도 있었다. 이들에겐 관습보단 내 삶의 여가가 더 중요한 일인 것이다. 어른들의 눈엔 조상 은혜에 배은망덕한 후손일지 모르지만, 오히려 이들은 혈연관계에 그만큼 자기 시간을 투자할 의무를 못 느낄수 있다. 이렇게 구구절절 세대간 차이를 늘어놓는 건 서로를 조금이라도 이해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자식을 키우며 더이상 게임을 즐기지 못하게 된 기자 역시 윗세대가 이해되고, 또한편 젊은 친구들의 마음도 충분히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번쯤 다른 세대가 함께 포켓몬고를 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한다. 비단 이게 아니라도 나와 다른 처지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거리를 함께하는 것은 우리 삶을 재미있게 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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