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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울산 연극계에 신선하고 의미있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400년 전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원작 '햄릿'을 직접 번역, 한여름 바닷가에서 공연한 일이다. 울산은 물론 지방에서도 이런 일이 없었다고 한다. 무대에 오른 배우 최주봉씨 얘기로는 세계에서도 드문 경우라고 한다. 새로운 시도 덕분일까. 탄탄한 고전을 뛰어난 연기와 완성도 있는 연출로 풀어내 호평을 받은 이 작품은 3차례 공연에 무려 유료관객 1,600여 명을 동원했다. 공연 7일 전 이미 매진도 기록했다. 울산문화예술회관의 자체 콘텐츠 제작사업으로 만들어졌는데, 20년 회관 연극 역사상 이런 일이 없었다고 한다. 공연 취지를 관객이 먼저 알아준 것이다.

 또 하나 의미있는 작업은 지난 주 중구문화의전당 무대에 오른 연극 '봄편지'다. 울산출신 아동문학가 서덕출 선생의 일대기를 연극으로 만든 첫 작품이다.
 앞서 '햄릿'과 비교하면 거창할 것 없어 보이지만, 의미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전당의 '지역문화 콘텐츠 발굴 프로젝트'의 스타트를 끊은 이 작품은 지역의 다양한 콘텐츠를 공연예술로 승화했다는 점에서 의미있을 뿐 아니라 향후 지역의 문화자산으로서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제2의 햄릿, 봄편지가 나오기 위해서는 이들의 열정이 계속 이어지도록 관객의 호응과 관계당국의 지원이 불쏘시개 역할을 해줘야 할 것이다.
 두 사례는 모두 처음엔 우려를 모았다. 그러나 관객들은 진정성에 감동으로 반응했다. 울산에서도 시대를 뛰어넘는 명작을 감상하게 하겠다는 한 연출자의 기획과, 부족한 지역 문화콘텐츠의 갈증이 이를 원했던 수요를 만족시킨 것이다.

 특히나 전에 없던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가장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것이야말로 예술의 기본 정신이자 자세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배꼽 잡으며 본 영화 '싱 스트리트'에선 주인공이 급하게 밴드를 결성, '듀란듀란'이나 '아하' '더 클래쉬' 등 당대 유명 가수들의 음악을 찾아가며 겨우 노래를 한 곡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자 뮤지션이 꿈이었던 형은 최악의 노래라며 불같이 화를 낸다. 그 이유는 동생이 남의 음악이나 베껴 만들었기 때문이다.

 형은 나이든 '노땅'들이나 하는 짓이 '커버 밴드'라며, 동생에게 힘들어도 자신만의 노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동생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로, 주옥같은 노래들을 만들어 낸다.
 셰익스피어의 원작 그대로의 감동을 정자 바다에서 낭만의 무대로 선보이겠다는 한 연출가의 바람은 결국 그 바람대로 성공했다. 연극이 그린 서덕출 선생의 첫 일대기 역시 따뜻하고 동심이 살아있는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선생의 장애로 불우하고 어두운 연극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이겨내고서 말이다.

 지역 연극계의 새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시도들이 계속 돼 지역 연극에 새 바람을 일으켰으면 좋겠다. 지역 연극하면 왠지 볼 것없다, 따분하다 등의 평가를 깨버리는, 새로운 작품의 발견이 연이어지길 바란다.
 그런 변화 속에서 형태만 겨우 유지하는 의미 없는 행사나 시도들은 퇴장해야 할 것이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조금씩 전진하는 지역의 기획인력과 배우들에게 관객으로서, 진심어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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