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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Zig), 지그, 지그! 죽음의 무도가 시작된다/ 발꿈치로 무덤을 박차고 나온 죽음은, 한 밤중에 춤을 추기 시작한다/ 지그,지그,재그, 바이올린 선율을 따라/ 겨울바람이 불어오고 밤은 더욱 깊어만 가며, 린덴나무로 부터는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하얀해골이 자신의 수의를 펄럭이며, 음침한 분위기를 가로 질러 나아간다/ 지그,지그,지그, 해골들은 껑충껑충 뛰어다니고/ 춤추는 뼈들이 부딪치며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쉿! 수탉이 울자, 갑자기 춤을 멈추고 어디론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이 불행한 세계를 위한 아름다운 밤이여! 죽음이여 영원하라!"

 피겨여왕 김연아의 곡으로 알려져 있는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 이 곡은 앙리 카잘리의 기괴한 시의 내용을 담고 있다. 원래는 가곡으로 지어졌으나 관현악곡으로 편곡돼 연주됐고 이후 바이올린, 솔로 피아노, 두 대의 피아노 등 여러 버전으로 편곡돼 연주되는 곡이다. 나도 유학기간 이곡을 꽤나 오래동안 연습하고 연주한 지라 이 곡에 애착이 있다.

 곡의 시작인 밤 12시를 알리는 부드러운 하프의 스타카토에 이어 낮은 현악기의 피치카토 소리는 마치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묘지의 묘비를 두드려 무덤속 송장들을 깨우는 소리처럼 들린다. 날카로운 바이올린의 첫 음으로 시작되는 바이올린의 선율은 죽은 자의 무도회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듯 즐겁고 유쾌하지만 음산한 분위기는 떨쳐버릴 수 없다. 그렇게 시작된 파티의 분위기는 한껏 흥이 돋아 절정으로 치닫을 때 새벽을 알리는 수탉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꼬꼬꼬 꼬꼬"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다. 작곡가의 넘치는 위트가 보이는 대목으로, 이 곡의 신의 한 수처럼 느껴진다. 수탉의 울음소리에 파티는 끝나고 해골들은 무덤속으로 사라지며 곡은 끝난다.

 프랑스 작곡가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Saens 1835-1921)의 이 곡을 들으면 생각나는 영화가 한 편 있다. 미국의 영화감독 팀버튼의 독특한 판타지 애니메이션 '유령신부'다. 결혼식을 하루 앞둔 소심한 신랑 빅터는 결혼식 예행연습 중 계속되는 실수에 밖으로 뛰쳐나가 숲속에서 홀로 연습을 한다. 그러다 우연히 땅 위로 튀어나온 손가락 뼈에 반지를 끼웠다가 유령신부의 오해로 지하세계로 끌려가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는 줄거리다. 무서울 것만 같은 유령세계의 파티는 즐겁기만 한데 이 부분이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하고도 너무나 잘 어울린다. 생상스 또한 곡 중간에 해골뼈가 부딪치는 소리를 실로폰으로 표현해 해골들을 묘사했는데 이는 그 당시 오케스트라에서는 쓰지 않던 실로폰을 사용한 획기적인 생각이었다.

 생상스는 어린 시절 모차르트와 비교될 만큼 남다른 음악적 재능으로 신동으로 불렸다. 그는 음악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도 탁월한 능력을 지닌 다재다능한 사람이었다. 자작 시집을 출판하고 극작가로도 일가견이 있었으며 수학과 천문학에도 능해서 프랑스 천문학회 일원이 되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고고학에도 몰두했고 점성술에도 흥미를 가지는 등 재밌는 사람이었다. 그는 독일, 영국,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러시아, 알제리, 미국, 우루과이, 베트남까지 여러나라를 돌아다녔는데 당시 교통편을 고려하면 그의 여행에 대한 의지가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그의 다양한 재능과 풍부한 지식 때문일까 그의 음악은 세련되고 단정하면서도 화려하고 다채롭게 들린다.

 요즘처럼 더워도 너무 더운 여름날 클래식 음악을 생각해보니 더욱 덥게 느껴지는 건 나뿐일까? 여름날 웅장한 화음들이 무거운 옷 처럼 느껴지면서 부담스러움을 느낀 내가 찾은 시원한 클래식! 납량특집까지는 아니더라도 더운 여름날 까미유 생상스의 화려한 화음속에 다채로운 위트가 속속들이 표현된 그의 작품들을 찾아서 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그의 어떤 음악이라도 좋다. 듣고나면 분명 미소짓게 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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