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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11일 새벽, 졸린 눈을 비비며 붉은 수건 하나 목에 걸고 애국심으로 똘똘 무장한 채 TV앞에 앉았다.
 다름 아니라 대한민국 최초의 올림픽 축구 메달 경기를, 그것도 한·일전을 보기 위해서다.
 늘 실력과는 무관하게 미묘한 분위기 속에서 드라마틱한 경기를 연출하게 되어 극도로 긴장하게 되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매순간 손에 땀을 쥐는 경기 속에 갑자기 아파트가 떠나갈 듯한 함성이 들렸다.
 박주영의 결승골과 구자철의 추가골…. 결국 대한민국이 일본을 2:0으로 누르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상 길이 남을 날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런던올림픽이 우리에게 좋은 추억만 남겨준 것은 아니다.
 타이머 오작동과 심판 오심으로 마지막 1초 사이에 금메달을 날려버린 펜싱 종목의 신아람 선수의 뜨거운 눈물이 아직도 생생하다.
 비디오 판독상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영 400m 예선에서 실격처리된 마린보이 박태환은 또 어떠한가.
 런던올림픽은 잦은 번복과 오심판정으로 얼룩진 올림픽으로 세계인들에게 각인되어 있다.
 동계올림픽은 어떠한가.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 올림픽 당시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김동성은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지만, 미국 국가대표 아폴로 안톤 오노의 헐리우드 액션과 편파판정으로 금메달을 도둑맞았다. 이 사건으로 한동안 국내 뿐만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오심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제아무리 최신식 설비와 시스템을 갖추었다한들, 이렇게 오심이 난무한 올림픽을 과연 성공작이라고 칭할 수 있을까?

 이렇듯, 모든 경기에는 '공정성'이 기본이다. 이를 전제로 하지 않는 게임은 무의미하다.
 전세계 스포츠 최대 축제인 리우올림픽은 페어플레이의 정수를 볼 수 있는 무대가 되길 희망한다. 혹시나 페어플레이 개념이 어려워 지키지 못하겠다는 분들에게 리우올림픽 관전을 정중히 권한다. 몇 경기만에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심판의 눈을 속이고 양심의 소리에 귀를 닫은 선수들에게 어떤 댓가가 주어지는지.
 선거도 마찬가지다. 법 테두리 안에서 후보자들 간의 공정한 경쟁으로 최선을 다하고 유권자들 역시 정정당당하게 참여하며 감시자·심판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 민주주의의 기본이자 궁극의 지향점이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심판의 명백한 오심은 경기를 그르치게 된다.
 반대로 심판이 눈을 크게뜨고 공정한 경기를 진행하고자 한들 한 선수가 그릇된 의도로 승부조작 등의 결과를 초래한다면, 결국 올림픽 정신은 훼손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선거도 누구 하나만 잘해서는 안된다.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후보자와 선거관계자, 각종 단체 뿐만아니라 유권자와 감시자, 선거관리위원회까지…. 모두가 선거라는 축제를 마음껏 즐기려면 허위사실 유포나 지역감정, 상호비방 등을 배제하고 양보와 배려를 통해 화합해야 된다.
 다행히 과거와는 다르게 기본적으로 유권자들의 의식이 높아졌고 온·오프라인으로 광범위하게 감시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선거관리위원회 역시 다양한 소통 채널을 개발하여 후보자들간의 과열행위를 공정하게 중재하는 심판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기에, 공정한 선거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도 좋을 것이다.

 개최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제31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이 결국 시작되었다. 지카 바이러스, 치안문제, 호세프 대통령의 직무 정지 등등…. 걱정해야 할 요소는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은 더위를 한방에 날려줄 태극 전사들의 승전보를 잠을 설쳐가며 기다릴 것이다.
 우리가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선수의 승리를 기원하는 것 만큼 선거에 관심과 애정을 보낸다면, 분명 선거를 통해 아름다운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낭보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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