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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지부장에게 전하는 고언(苦言)
[김진영의 세상읽기]
2016년 09월 04일 (일) 16:15:46 울산신문 webmaster@ulsanpress.net
   
편집이사 겸 국장

엊그제 내린 비로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습니다. 하긴 한 달 전에 입추(立秋)가 지났고,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白露)가 다가오니 절기상으로는 가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계절을 앞두고도 깊은 고뇌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 짐작됩니다. 일이 잘 안 풀릴 때 우리는 흔히 '내 마음 같지 않다'고 합니다. 지금 이 말이 박 지부장의 심정을 대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람이 갖는 고민과 고뇌는 자리(지위)에 비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귀하는 조합원 수가 무려 5만 명에 이르는 노조를 이끄는 위치에 있습니다. 단일 기업으로는 국내 최대이고, 세계적으로도 몇 손가락 안에 들 것입니다. 그러기에 어느 노조위원장보다 높은 책임감을 갖고 있을 것이고, 또 그래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 5월 17일 노사 상견례를 가진 현대차 임금교섭은 약 100일만에 잠정안을 도출했습니다. 사실 단체교섭은 노사 모두에게 가장 크고 무거운 짐입니다. '1년 농사'라는 말을 하는 이유지요. 그러기에 잠정안에 서명을 할 때, 노사 대표의 뇌리에는 지난 협상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갈 것입니다. 그 동안 겪었던 고통은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

 헌데 지난달 26일 치러진 조합원총회에서 역대 최저 찬성률로 부결됐습니다. 뜻밖의 결과를 받아든 노사 대표의 충격과 섭섭함은 필설로 다할 수 없겠지요. 그러나 어쩝니까. 이게 현실인데요. 그리고 지난 주 금요일 교섭이 재개됐습니다. 같은 날 쟁의대책위도 열었는데, 또 다시 파업을 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교섭'과 '파업'이라는 양날의 칼을 쓰겠다는 것인데, 국외자의 입장에서는 참 안타깝고 위태로운 결정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결정이 과연 박 지부장 생각과 일치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앞서 '양날의 칼'이라는 말과 함께 '위태롭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현대차지부의 파업이 미치는 악영향이 얼마나 큰 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갑자기 걸프만사태가 생각납니다. 사람이 다치고 죽어가는 전쟁이 CNN을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가 됐지요. 그 때 소위 매파로 불리는 사람(의원)들이 전쟁을 더 세게 하자고 했습니다. 그러자 흑인 장군인 콜린 파월이 이렇게 말했다지요. "TV 중계로 듣는 포탄 소리의 볼륨을 아무리 높여도 실제 현장에서는 1,000배 이상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그 공포감을 당신들은 상상이나 하겠소?"라고 했답니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할 때마다 협력업체와 지역상인들을 들먹이는 이유를 짐작하시겠지요.

 귀하가 이끄는 지부가 국내 최대 규모가 된 배경에는 노조의 숙주(宿主)라 할 수 있는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물론 조합원들이 열심히 일한 덕분이지요. 하지만 경영진의 미래 전략과 과감한 투자,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이 뒷받침됐다는 것도 알고 있겠지요. 무엇보다 국내외 고객들의 현대차 사랑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사실(진실)도 인정해야 합니다. 때문에 비록 파업이 노조에게 주어진 합법적인 권리이긴 하지만, 실제로 이를 사용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더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현대차 노조(꼭 귀하가 지부장으로 있을 때만 아니지만)는 마치 조자룡이 헌 칼을 휘두르듯이 너무 쉽게 파업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는 지난 통계로도 충분히 입증이 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런 어렵고 위험한 선택이 지부장 개인의 소신인지 의심이 듭니다. 누구보다 파업의 파급력을 잘 알 수 있는 자리가 지부장이니까요.

 리더에게는 '고독'이라는 고통이 반드시 수반되는가 봅니다. 제가 아는 중소 중견기업 대표의 얘기를 들어보면, 신규 투자 등 회사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 결정을 할 때는 그렇게 고독할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왜냐하면 최종 책임을 져야 하니까요. 현대차 안에 여러 현장조직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귀하도 어느 조직에 속해 있겠지요. 그러나 일단 지부장이라는 위치가 되는 순간 자기 조직은 잊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누구 입에서 나오든 합리·비합리를 판단할 수 있는 눈이 떠집니다. 아울러 반대의견 수렴 못지 않게 설득을 할 때는 간곡하게 마음을 전달하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또 필요할 경우에는 강력한 추진력과 강단 있는 결단력도 발휘해야 합니다. 이를 통틀어 '리더십'이라고 하지요.

 지금 현대자동차가 처해 있는 상황은 회사 경영자 다음으로 귀하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단적인 예로, 정부가 정책적으로 배려했던 개별소비세 인하 기간이 끝나자마자 내수 판매량이 17% 이상이나 뚝 떨어졌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이처럼 요즘의 경영환경은 마치 얇은 얼음 위를 걷는 것(여리박빙 如履薄氷)이나 다름없는 것 같습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꼬인 현 상황을 타개할 지혜와 용단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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