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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반하장(賊反荷杖)-김정은은 좌파정권 사생아인가
[김진영의 세상읽기]
2016년 09월 11일 (일) 19:23:40 울산신문 webmaster@ulsanpress.net
   
편집이사 겸 국장

남근을 잘린 처절한 상항 속에서 역사서에 매달린 사마천은 사람의 입을 경계했다. 그가 만든 사기(史記)는 인물열전이기도 하지만 사람의 입이 역사를 어떻게 바꾸어 왔는가를 잘 보여주는 잠언록이기도 하다.

    바로 그 사기에 '중구삭금 적훼소골'이라는 말이 나온다. '여러 사람의 입은 쇠도 녹이고 헐뜯음이 쌓이면 뼈도 삭힌다'라는 의미다. 말은 입을 통해 나오지만 그럴듯한 말은 반복이라는 마술을 부리면 귀를 마비시키는 중독성이 있다. 대북정책에서 뚜렷하게 갈리는 우리 사회의 두줄기 논리의 핵심이 그렇다. 대북 강경론은 인권과 평화, 동포애로 무장한 온건주의자들에게 그래서 늘 밀린다.

 통제불능의 김정은이 또 무력시위를 했다. 너무 자주 쏘아대니 습관화된 듯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다. 8개월만에 핵폭발 장치를 실전처럼 눌렀다. 주변국의 대북 압박이 긴밀해지고 한미중일러까지 정상들이 한반도를 향해 관심을 드러내는 시점에 쏜 김정은식 도발이다. 핵을 쏘자 국론이 일시에 하나로 모이는 듯했다. 야당은 잽싸게 북핵도발 규탄성명을 내고 김정은을 향해 삿대질을 했다. 머쓱해진 여당은 뒤따라가는 느낌이지만 순서는 뭐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사드 배치를 두고 줄기차게 반발해온 국민의당 박지원 위원장이 '문제는 정치다'고 썼다. 박 위원장은 북한의 핵실험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문제 등을 놓고 "바보야! 문제는 대통령의 정치야"라고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지키는 사람 열이라도 도둑 하나를 못 당한다는 속담이 있다. 세계 각국이 반대해도 북한의 만행과 도발은 계속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우리의 대응은 무엇인가. 공격은 가능한가"라며 "결국 제재라지만 중·러가 시늉만 하면 (북한의 도발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살아 있는 DJ의 화신이라 자처하는 그는 사드 배치 문제에 극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사드 문제를 국회로 가져와 배치 결정을 무효화하겠다는 속내가 숨어 있다. 햇볕정책의 핵심처럼 북한 문제에 대해 중국을 설득하고 대북 지원을 늘리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주장도 이어갔다.

 박지원은 좌파정권 10년 동안 북한 정권이 핵개발을 추진하게 만든 주역이다. 바로 그 종잣돈이 남북 정상회담 뒷거래로 이뤄진 대북 불법 송금액 4억 5,000만 달러다. 대북 불법송금 문제는 지난 2002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한나라당에 의해 현대상선의 대북 비밀송금 의혹이 불거지면서 터져나왔다. 당시 감사원은 현대상선 측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4,000억 원 가운데 사용처가 규명되지 않았던 2,240억 원을 북한으로 보냈다는 내용의 자료를 제출했다. 파장은 컸다. 특검 이야기가 나왔고 햇볕정책의 민낯이 햇볕에 눈부시는 상황이었다. 

    결국 이 문제는 현재 두동강 난 야당의 뿌리깊은 갈등의 배후가 됐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지만 수사 요구는 거세지기만 했고 이에 '검찰 수사 유보'라는 강경책을 내놓아 수사를 막았다.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였다. 정치권은 대북송금 문제를 다시 정국의 핵으로 만들었고 노 전 대통령은 대북송금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그 때부터 박지원과 노무현은 야당 갈등의 주류가 됐고 친DJ 호남세력은 노무현계와 척을 지게 됐다. 특검이 실시되자 김대중은 병을 이유로 병원에 입원하는 것으로 심기를 드러냈으며, 측근들을 통해 화병이 난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올 정도로 양측의 관계는 냉랭해졌다.

 사람들은 잊고 있었고 박지원은 잊기를 바라고 있지만 햇볕의 진실은 여전히 벗어던진 외투보다 잘 기억하고 있다. 뒷거래 이후 2000년 6월 15일 김대중과 김정일은 평양에서 악수하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대북 퍼주기가 노골화되자 남북관계는 밀월을 만난듯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시기 김정일은 영변에 진달래를 뽑고 약산을 허물어 핵개발의 속도를 가속화했다. 그 결과가 2006년 첫 핵실험으로 드러났고 이제는 보란 듯이 핵 버튼을 누르고 있다.

 문제는 좌파정권 10년이 북에 넘긴 돈줄이 아니다. 대북 퍼주기는 인권으로 포장돼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단어가 됐고 인권에 묻혀 북에 넘긴 돈줄이나 다양한 자금줄이 범죄행위가 아닌 것처럼 희석됐다. 뒷돈거래의 주역이 야당의 대표인양 연설을 하고 대통령을 향해 조롱과 삿대질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래서 이들의 입에서 또 어떤 식으로 핵실험을 희석하는 논리가 등장할지 자못 궁금해지기까지 한 세상이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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