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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생포를 떠난 지 7년여 만에 다시 돌아 왔다. 고래문화특구 활성화와 후진양성에 기여해야 한다는 무거움과 함께 새 출발에 대한 기대 또한 크다.
 필자는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울산광역시 남구청에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활성화'를 위한 전문경력인사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2009년 7월 5일 고래연구소를 떠난 후 백지화된 상태에서 고래문화특구를 탐험해 보니 그리 낯설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서먹서먹한 느낌은 들었다.
 하지만 고래연구센터, 고래박물관, 고래생태체험관 그리고 옥외 전시물들을 만나니 멀지 않은 지난날의 기억들이 마치 엊그제 일처럼 떠올라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장생포 뒷산에는 고래를 테마로 해 장생포 옛마을을 포함한 고래문화마을이 새로 조성됐다.
 서점, 이발소, 다방, 우체국 등 옛날 건물들을 비롯해 선장, 포수 등의 집과 고래해체 장면 재현 등 볼거리도 다양했다. 고래 포경이 성업하던 1960~1970년대의 장생포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어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의 공간으로, 또 교육의 현장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었다. 고래박물관, 고래생태체험관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고래바다여행선은 아름다운 전용선으로 교체돼 운행 중이었다. 고래문화특구의 기본이 완성된 것 같아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래문화특구는 넓은 면적과 방대한 소재를 다루고 있었다. 약 10년 전 최동익씨가 설계 연출한 파격적이고 예술적인 조형미의 건축물에 장생포와 고래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고래박물관은 현재 특구의 출발점이자 총론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고래문화특구가 관광객들에게 들려줄 이야기와 취지는 방대할 것이다. 인류의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의 삶에 관한 스토리를 엮어내기 때문이다. 고래는 세계 산업의 역사를 변화시켜왔고, 해양 개척과 패권경쟁의 직접적인 원인이기도 했으니 무궁무진한 콘텐츠가 잠재해 있을 것이다.
 이제 고래박물관은 특구의 도입부로서 각론들과의 중복성을 줄이고 간편화하는 반면, 1995년 고래축제로부터 고래문화특구의 지정에 이르기까지의 근·현대사도 포함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최근 세계적 학술 동향도 기획전시 등으로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였다.
 고래생태체험관의 장생포 옛모습을 재현한 파노라마 시설은 고래문화마을로 옮기고 돌고래 서식 환경을 개선하는 등의 방향 전환도 모색해 볼 만 했다.
 고래문화마을은 장생포의 역사적 변화, 특히 과거 고래잡이로 형성된 마을과 삶의 모습, 포경 전진 기지였던 당시 공방의 작업을 관광객들과 함께 재현해보면 흥미로울 것으로 생각됐다.   


 미국 서부의 조그만 해안도시 몬터레이. 고래관경으로 유명할 뿐만 아니라 몬트레이만 해양생태수족관의 명성은 익히 들은 바다. 이 수족관 자리는 과거 정어리통조림 공장이었다. 그러나 정어리 자원의 감소로 폐쇄되고 1984년 호텔과 수족관으로 개축해 연간 18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고래는 해양생태계의 일부이기 때문에 고래를 테마로 하는 특구에 장생포만과 고래바다 해양생태계를 재현한 이러한 수족관이 포함된다면 고래와 서식환경의 이해, 보존과 개선 뿐 만 아니라 특구의 가치향상에 훨씬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일주일간 고래문화특구를 둘러보면서 눈에 띄는 변화를 경험했다.
 우선 학예사, 해설사, 연구자, 특구 종사자 등 많은 일거리들이 생겨났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세계 굴지의 고래문화관광 산업을 일구고자하는 지역민들과 관계자들의 열정과 확고한 의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장생포가 부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매우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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