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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사분규가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울산의 주력산업이자 연계 가족들이 수만명에 이르는 거대기업의 노사분규는 많은 파장을 낳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화된 노사분규는 결국 현대차라는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고 고객들을 등 돌리게 한다.
 조그만 가게든, 크고 작은 기업이든 고객이 없으면 망할 수 밖에 없다. '고객은 황제다'는 말은 생살여탈권을 고객이 쥐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예전 황제는 법보다 더한 권한을 지냈던 것을 생각해보면 '고객=황제'는 정말 무서운 말이다. 그러나 이게 현실이다. 내가 일하는 회사의 최대고객은 현대자동차다. 다른 기업과도 일부 거래를 하지만 생산량의 절대다수는 현대차에 납품한다. 때문에 현대차가 원활하게 잘 돌아가야 우리 회사도 활기가 넘친다.


 그런데 지난 5월부터 시작된 현대차 임금교섭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데다, 노조가 파업을 하는 바람에 일감이 크게 줄었다. 일감이 줄었다는 것은 월급이 줄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아마 현대차 조합원들도 파업으로 임금손실을 적잖이 입었을 것이다. 그러나 연봉 1억원에 이르는 현대차 직원이 받는 타격에 비해 나 같이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사람이 입는 타격은 훨씬 크다. 평소에도 빠듯하게 살아가는 처지에 그 마저도 임금이 줄면 뻔하지 않은가. 경영을 책임진 사장님의 한숨소리는 더 한 것 같다.
 그런데 지난 번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이 되었을 때 주변 동료들은 입에 담기 힘든 말들을 쏟아냈다. 물론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질투심도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말 속에는 '절망감'도 배어 있었다.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의 끝없는 욕심에 수많은 저임금자들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지 모르겠다. 한때 세계 1등을 했던 기업이 구조조정이라는 최악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재래시장 아줌마들의 한숨소리가 높다. 이런 마당에 2,000만 원 가량을 주겠다는 것도 마다하고 부결을 하고, 파업을 하며 죄없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심적·경제적 고통을 안기는 게 과연 타당한가 묻고 싶다. 아무리 좋은 일이 있어도 초상집에 가서 춤을 출 수는 없지 않은가.
 그냥 배가 아파하는 소리가 결코 아니다. 현대차 노조의 요구사항이 현대차 조합원들은 작은 욕심으로 생각할지 모르나, 우리에겐 '탐욕'으로 보인다. 아무리 고객이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있어야 한다. 비록 우리의 일거리를 제공하는 고마운 곳이지만, 노조의 파업으로 일감을 강제 박탈당하는 것은 참기 힘든 고통이다.


 우리나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10년 전엔 중소기업 임금이 대기업 근로자의 65%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62%로 떨어졌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조사를 보면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박탈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중소기업 근로자 61%는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노조의 임금투쟁과 파업이 부적절하다고 밝혔는데 그 이유로 68%는 '하도급업체에 부담을 주고 임금격차를 심화시키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대기업 노조의 임금투쟁과 파업이 결국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인식이 반영돼 있다.
 함께 가는 사회라는 말은 그냥 나오는 말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연결고리부터 제대로 살필 줄 아는 사회가 돼야 한다. 현대차 노조와 조합원들은 회사밖도 함께 바라보는 넓은 안목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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