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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가 그 앞에 생태제방을 쌓을지, 사연댐 수위를 낮출 지 결정의 기로에 섰다. 울산시와 문화재청이 3개월짜리 보존방안 기본계획 용역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정부가 졸속추진한 가변형 임시물막이가 지난 5월 실패하자, 여론압박 때문인지 이제라도 제대로 보존하겠단 의지 때문인지 두 기관은 보존방안을 서두르고 있다. 사실상 용역 후 암각화 앞에 생태제방을 쌓을지 사연댐 수위를 낮출지 결정하게 된다. 두 기관은 그동안의 여러 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정부차원의 울산시 식수확보를 위한 청도 운문댐 물공급은 요원할 뿐더러 유로변경, 소규모댐 건설 역시 비현실안으로 결론난바 있기 때문이다.

 임시 생태제방도 거론되지만, 제방을 쌓아 수년간 암각화를 보존한다 해도 운문댐 물공급은 정부 결단없인 요원해 언젠간 다시 똑같은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온다. 결국 사연댐 폐기전까진 영구안으로 생태제방이나 수위조절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일부 시민이나 연구자 생각만으로 정해선 안될 문제다. 울산을 떠나 국가, 세계인류의 보물인만큼 국민적 합의가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카이네틱댐 꼴만 난다.

 일각에선 보존문제를 돈 문제로 본다. 정부나 국민이 수천억원 예산을 들여서라도 암각화 경관을 지켜야 한다고 합의한다면, 구미 주민 합의를 끌어내 운문댐 물을 울산시로 공급, 대체수원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는 낙동강 원수비용도 울산에 떠넘기고 있다. 게다가 울산은 비용을 더 줘도 사고오염이 높은 낙동강 하류 원수를 먹을 수 밖에 없는 취수한계도 안고 있다. 갈수기라면 원수 비용만 부담하면 되는데, 홍수기 때는 침수를 막는 것 자체가 어려워 보존에 허점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한 번 설치되면 십수년은 쌓아야 할 생태제방을 수긍하는 문화재 전문가도 찾기 어렵다. 두 입장을 모두 듣는 기자 역시 해결책을 내놓긴 어렵다. 그러니 더욱 많은 전문가가 좋은 의견을 제시하고, 국민 관심을 높여 진정코 암각화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야한다. 취재하다 들은 얘기 하나가 기억에 남는다. 진심으로 암각화를 걱정하는 사람이 없단 얘기였다. 많은 이들이 사익에 따라 접근했다. 카이네틱댐 졸속추진에 관여한 정치인들은 사과 한 마디 없이 다음 행사에 얼굴을 비추고,  관련 심포지엄의 단골 사학자 한 분은 반구대암각화와 관련한 변변한 논문 몇 편 쓴 적이 없다. 사심은 내려놓고 모두가 보존과 향유를 최우선한 진정성있는 접근을 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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