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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박의 입·출항 신고를 관리하는 곳에서 군 생활을 했다. 밤마다 정박해 있는 선박을 확인하고, 날씨가 나빠 파도가 심하게 치는 날이면 선박이 제대로 결박돼 있는지 확인해 어민에게 알려주는 일도 같이 했었다. 당시 어민들은 감사의 뜻으로 생선을 반찬으로 쓰라며 가져다 주는 등 인정(人情)을 베풀어 주었다.
 과거 우리나라의 인정 넘치는 문화가 현대사회에 이르러서는 개인의 목표 달성을 위한 청탁의 도구가 됐고, 청탁은 권력과 권한을 많이 가진 자에게 집중됐다. 이는 결국 부정적인 국가의 이미지를 심고, 많은 사회문제를 야기했다.
 중국 명나라 홍응명은 '채근담'에서 "욕망에 따르는 일은 그 편암함을 즐기게 되므로 아예 손가락에 묻히지 않아야 하니, 한 번 손가락에 묻히면 만 길 깊은 구렁에 빠진다. 도리는 뒤따르는 일은 어렵다고 조금도 물러서면 안 되니, 한걸음 물러서면 천개의 산 너머처럼 멀어진다"라고 했다.
 청탁과 같은 '나쁜 욕심'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으며, 청렴과 멀어질 수 있음을 강조한 얘기가 아닌가 싶다.
 권력과 권한을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자에게 그것을 이용해 개인의 욕심을 추구하는 것과 권력권한을 가진 자를 이용하기 위해 금전적인 대가를 지불하고 청탁하는 행위와 같은 '나쁜 욕심'을 제거하라는 의미로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올해 1월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5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37위(56점)으로 아직 청렴만큼은 선진국의 대열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다만, 2000년을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부패지수가 개선되고 있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
 부정청탁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 법)'이 드디어 시행됐다. 공무원 및 공공기관, 언론 등 공공성을 가진 업무를 하는 사람이 부정청탁과 관련된 금품, 식사, 선물 등을 수수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률이다.
 이제 막 시행되어 식당의 메뉴가 법에서 정하는 금액에 맞추어 생기게 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상급자와의 식사가 이제는 부담이 돼 '더치페이' 문화가 조성되는 등 시행과정에서 적용대상 범위 및 부정청탁, 금품 등 수수의 범위를 판단함에 있어 혼선은 있으나, 앞으로 세부적인 기준과 다양한 사례가 적용돼 권력을 가진 자들의 '나쁜 욕심'을 제거할 수 있는 큰 기틀이 될 것이다. 사회 평등에 기여함은 물론이다.
 홍응명은 채근담을 통해 "인생은 단지 '욕(欲)'이라는 글자에 매여 있으니, 마치 사람이 부리는 소나 말처럼 굴레와 고삐에 얽매이고, 매나 사냥개처럼 채찍을 맞고 사냥감을 쫓는다. 만약에 하나 된 생각으로 청명하고 담백해서 욕심이 없으면, 천지도 나를 움직일 수 없고 귀신도 나를 부리지 못할 것이니, 하물며 보잘 것 없는 사물이야 어쩌겠는가"라고 했다.
 청탁이나 금품수수와 같은 '나쁜 욕심'이 자신의 채찍이 되어 몸과 마음을 괴롭히게 되지 않도록 청렴성과 공정함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시행으로 대한민국의 청렴도가 크게 향상돼 우리나라도 청렴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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