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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있다. 사회생활이나 업무에서 대다수의 인맥이 파생되는 매커니즘이 낳은 결과물이다. 빡빡한 근무시간을 쪼개 가까스로 스케줄이 맞춰지면 회의탁자에서 자판기 커피를 나눴다. 여의치 않으면 심적 부담이 덜한 퇴근후 간간이 식사자리를 함께했다. 대부분 일과의 연장선인 공적자리였지만 더러는 친분이 쌓여 지인이 돼버린 그들과 고민을 나누는 사적인 자리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형성됐던 소통로가 김영란법 시행 이후 막혀버렸다.
 의무적으로 받은 '김영란법' 관련 사내교육의 핵심은 헷갈리니 이것도 하지마라. 또는 의심사니 저것도 하지마라였다. 까딱 잘못하면 범죄자 리스트에 오를 수 있으니 딸기밭에서 신발끈 매지 말란게 결론이었다. 실제 란파라치들의 활동으로 전국민이 서로를 감시하는 불신체제가 확산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모두가 법제화초기 진행되는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몸을 한껏 낮췄다.
 분명 권력자들의 부정부패나 우리사회에 뿌리박힌 접대관행은 사라져야한다. 게임회사로부터 4억원이 넘는 주식을 무상으로 받아 120억원의 잭팟을 터트린 검사장이나, 100억원의 수임료를 받으며 현직 법조인들에게 로비를 해온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를 보면 반드시 그렇다. 굳이 하나에서 열까지 읊어대지 않아도 우리는 권력사회의 일그러진 함수관계를 모르지 않는다.
 다만 일반 시민사회의 심각한 단절이나 소박한 커피한잔 나누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하는 일상을 생각하면 아쉽고 서글프다. 기자 입장에서도 이래저래 다 신경쓰며 자주 대면하느니, 차라리 그들의 속사정 듣는 것을 포기하는 편이 나으니 씁쓸할 노릇이다.
 내수시장이 죽어가면서 서민들은 비상이 걸렸는데 고위 관직사회는 분위기가 다소 다르다.
 지난 주말 한 축제 현장에서 기관장과 정치인 등 내빈들은 추진위로부터 이른바 '3·5·10'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 풍성한 대접을 받았지만 아무런 제재도 없었다.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남는 대목이다. 또 무소불위의 검찰은 어쩔건가. 기소독점권을 가지고 있는 검찰에게 찍히면 표적 수사를 당해 너덜너덜 해질텐데 누가 목숨걸고 그들의 만찬에 입을 댈 수 있으랴.
 김영란법이 본태성 취지를 살려내지 못한채 무고하게 피해입는 시민들을 양산하거나 인간사회를 단절시키는 역기능만 부각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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