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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차바의 후유증이 심각하다. 이번 태풍은 무엇보다 울산의 자랑인 태화강을 처참하게 할퀴고 가 하천의 수방 대책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했다. 특히 도시의 무분별한 난개발이 얼마나 큰피해를 주는 가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 태화시장 일대 수몰이다. 이번 태풍으로 울산은 사상 유례없는 피해를 입었다. 피해가 가장 큰 곳은 저지대인 중구 태화시장, 태화강이 범람해 승용차 900여 대가 침수된 울주군 반천 현대아파트 등 2곳이다. 두 곳 모두가 태화강 인접 지역이지만 피해 양상은 조금 달았다. 태화시장은 고지대인 혁신도시 등에서 쏟아진 물이 태화강으로 제때 빠져나가지 못해 피해가 컸다. 태화시장은 우정시장과 함께 폭우가 내린 5일 8시간여 동안 500여 개 점포, 주상복합아파트 등이 잠겼다. 집계가 진행 중이지만 영업손실 등을 포함해 이곳에서만 수천억 원의 피해가 예상된다. 이번 태화시장 수몰은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LH가 혁신도시에 조성한 우수 저류지가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데다  태화강으로 연결된 지하 우수관로가 제 역할을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저류지는 쏟아지는 빗물이 한꺼번에 하류로 흘러가지 않도록 저장하는 역할을 해야하는데 태화시장 위 유곡천과 연결된 저류지는 이 역할을 하지 못했다. 부실공사라는 이야기다. LH가 시행·시공한 혁신도시는 함월산 중턱에 10개 공공기관과 아파트와 주택 7.280호가 입주했다. 나무와 풀, 산이 흡수했던 빗물이 도로와 콘크리트 때문에 유곡천에 곧바로 유입된다. 그동안 홍수재해 방지 예산이 없는데다 배수 펌프장과 유수지를 설치할 곳이 마땅하지 않아 배수 시설 설치가 추진되지 않았다. 울주군 반천현대아파트에 1층 주차장까지 물이 차서 주민 1명이 숨지고 차량 900여 대가 침수됐으며 정전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 아파트가 피해를 입은 것은 태화강 상류 범람이 이유다. 태화강 범람은 상류 대암댐이 홍수조절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예산 부족이다. 울산시는 뒤늦게 태화강 범람 때 사전 대피로 재산과 인명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유량계 등 경보알림시스템을 설치한다는 계획이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는 점은 두고두고 지적될 일이다. 그동안 태화강에 공을 들인 울산시가 수방 등 기본에 충실하기보다는 보여주고 치장하는데 열을 올리지 않았나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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