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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의 세상읽기]차바·수몰, 그래도 파업 깃발 드나
2016년 10월 09일 (일) 20:25:38 울산신문 webmaster@ulsanpress.net
   
▲ 편집이사 겸 국장

지난 5일 울산을 할퀴고 간 태풍 '차바' 때문에 울산 전역에 비상이 걸렸다. 거대한 자연의 위력 앞에 인간의 한계를 또다시 절감하고 있다. 기상예보를 통해 예고는 됐지만 불가항력적인 폭풍우로 태화강마저 범람하고 도시기능이 마비되는 등 엄청난 천재지변을 당했다. 중앙정부로부터 긴급 교부금을 받을 정도로 이번 폭풍우로 입은 재해는 상당한 시일이 지나야 원상회복이 가능할 것 같다.
 이런 와중에도 울산의 노동현장은 파업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지만 여차하면 전면파업을 불사하겠다는 외침이 아련하다. 현대차 노동조합이다. 지난 5월 17일부터 시작된 교섭이 뜻대로 되지 않자 30여 차례의 파업으로 회사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이도 모자라 폭우가 내리던 그날 노조지부장은 서울에 올라가 민노총과의 연대 등을 역설했고, 간부 몇몇은 농성에도 가담했다. 그 시각 자기 회사는 물난리를 겪고 있었다. 공장으로 유입되는 물을 퍼내고, 침수가 우려되는 차량을 긴급히 대비시키느라 북새통이었다.
 게다가 다음 날에는 울산시청을 찾아 서한을 전달하고 기자회견도 가졌다. "파업을 자제하라"는 시장에게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그 시각 울산시장은 수해복구 지휘에 여념이 없었다. 기자회견에서 노조는 "회사가 집계한 피해규모는 부풀려졌다"며 "실제 생산차질 대수는 9만6,696대"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채 10만 대도 안 되는 별것 아니다'라는 의미인지 묻고 싶다. 연간 생산계획에는 분명히 특근과 잔업으로 만드는 차량대수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협력업체 역시 이 같은 모기업의 연간 계획에 맞춰 생산준비를 했을 것이다. 그냥 간과할 수 없는 헤프닝도 있었다. 회견장에 있던 어느 기자가 듣기에 불편한 것을 묻자 "어느 언론사냐?"는 등의 신문(訊問)성 질문을 하며 서둘러 기자회견을 마쳤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견강부회요 아전인수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했다. 현대차노조의 역대 최대 규모 파업은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심지어 관심대상도 아니었던 푸드업체조차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 협력업체가 근무시간을 단축하고, 잔업·특근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배식량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본의 아니게 '매출차질'을 입은 것이다. 마치 고급술집이 영업 타격을 받자 미용실 손님이 뚝 끊기고, 지구촌 건너편의 가뭄으로 국내 밀가루값이 급등하는 격이다. 사정이 이러니 모기업과 직접 관계를 맺고 있는 협력업체의 타격은 더 이상 다른 설명이 필요없다. 세상은 이렇게 얽히고설켜 있다.
 현대차노조의 파업은 자동차 수출감소로 이어지며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검토하는 것도 장기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보다 못해 나온 고육지책일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자율교섭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긴급조정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했다. 내가 무기를 드는 것은 괜찮고, 남이 무기를 가지면 안 된다는 해괴한 논리로 파업의 정당성만 강조하는 게 과연 온당한 것인지 길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에게 물어보라.
 이미 알려졌듯이 현대차 노사는 지난 달 24일 2,000만 원 규모의 잠정안을 마련했다. 노사대표가 직접 서명도 했다. 그런데도 조합원이 부결시켰다는 이유만으로 '추가제시'를 요구하며 파업강도만 높였다. 반대 여론이 워낙 거셌던 탓인지 지난 한 주는 파업을 하지 않고 넘어갔다. 하지만 이번 주에는 또 어떤 형태의 투쟁전략이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일반근로자 반년치에 해당하는 잠정안을 도장 하나로 간단히 거부한 조합원과 이를 빌미로 파업작전만 줄기차게 구사하는 노조를 상대로 해야 하는 현대차의 앞날이 정말 우려스럽다. 과문한 탓인지 해외 자동차메이커에서 파업을 한다는 뉴스를 접해본 기억이 없다. 자동차 생산량 GT-5 자리를 인도에게 뺏긴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노조는 알고나 있을까 싶다.
 현대차는 천재지변으로 중단된 공장을 재가동하고자 동분서주하고, 이재민을 돕기 위해 회사가 성금을 내고, 직원들이 봉사활동을 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 마당에 한쪽에서는 파업정당성 홍보에 열을 올리며 또다른 파업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깃발을 흔드는 것은 자유지만 언제 흔들어야 할지는 진지한 고민이 우선이지 싶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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