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아한 가을하늘이 이토록 무심하게 느껴진 때가 있었을까. 10월 태풍으로는 역대 최강이라는 태풍 '차바'가 남긴 피해가 너무도 깊고 아픈데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높고 푸르러만 간다.
 지난 5일 울산에는 10월 하루 강수 현황으로는 71년 만에 가장 많은 시간당 최고 131.5㎜, 1일 평균 266㎜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지난 9월 발생한 지진 피해를 수습하고 이제야 겨우 악몽에서 벗어나나 했는데 태풍이 그 상처를 다시 할퀴고 지나갔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지역 곳곳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무너지고 떠내려 간 집과 차들, 진흙벌이 된 마을, 차량이 뒤엉켜 폐차장이 돼 버린 주차장, 침수된 공장들과 학교, 전기와 물이 끊어져 일상 생활을 할 수 없게 된 주민들…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필자의 손을 잡아끌며 울부짖는 주민들 앞에서 비탄을 금할 수 없었다.
 큰 수해가 발생한 지역의 단체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구조를 위해 사투를 벌였던 고 강기봉 소방관을 비롯해 이번 재해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께도 삼가 조의를 표하며 명복을 빈다. 삶의 터전을 잃고 마음의 큰 상처를 잃은 군민 여러분들께도 가슴 깊이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이제 중요한 것은 필자를 비롯한 모든 관계자들이 마지막까지 복구 작업과 이재민 지원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다.
 지난 주말에는 공무원과 군인, 기업체 직원, 시민 단체 회원, 자원봉사자 등 1만5,000여 명이 복구 지원 작업에 나섰다. 울주군 900여 전 공무원들은 태풍 발생 당일인 5일부터 비상근무는 물론 며칠 째 밤샘까지 해가며 복구에 땀을 쏟고 있다.
 특히, 7765군부대와 공수특전단, 해병대, 소방대원, 경찰 등은 민간인들이 손도 대지 못하는 어려운 작업을 도맡아 처리했으며, 지역의 시민 단체 자원봉사자들은 무료 밥 봉사를 하며 따뜻한 밥과 국으로 이재민들의 마음을 다독였다.
 이런 덕분에 울주를 비롯한 울산의 피해 지역이 차차 원래의 사람 사는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 이 지면을 통해 복구 작업에 헌신해 주셨고, 지금도 여전히 현장에서 일하고 계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정부에서도 적극 나섰다. 지난 6일 황교안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행정자치부 장관과 국민안전처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이 피해 현장을 직접 점검했다. 10일에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국정감사를 위해 현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이같은 결과 11일 우리 군과 울산 북구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우선 선포됐다. 피해 수습에 보다 집중적으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람의 힘으로 자연 재해를 완벽하게 막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예보와 예방, 대비가 중요한 것이다. 10월 태풍은 10년에 한 번 정도씩이라 방심한 면도 크다.
 2013년 10월에 왔던 '다나스' 이후 3년 만에 엄청난 위력의 태풍이 덮친 경우를 보면 앞으로 항구적인 태풍 대응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특히, 홍수 등 자연 재해에 대비한 하천의 설계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울산을 포함한 지방하천 대부분이 대체로 50~100년 홍수 빈도에 맞춰 하천정비설계가 이뤄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태풍 '차바'로 인한 울산의 시간당 최대 강우량(131.5㎜)은 500년 빈도로 분석돼 현재의 하천기본계획 안전기준을 훨씬 초과한 엄청난 물폭탄이었던 것이다. 우리 군의 지방하천 등 160여 개의 하천 모두가 피해를 입은 것도 이런 이유가 크며, 인력으로는 막을 방도가 없었던 것이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 재해가 점점 잦아지고 집중호우가 더 강력해지고 있는 만큼 200~500년 이상 빈도의 폭우와 재해에도 견딜 수 있도록 지방하천 안전 설계빈도를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회야댐과 대암댐의 수위 조절장치 설치도 절실하다. 이들 댐들은 물이 차면 월류하는 기능밖에 없어 하류에 위치한 지역의 피해가 컸다. 
 우리 군은 이번 수재를 계기로 깊은 자기반성과 함께 더욱 철저한 예방과 방재 계획, 초동 대처 시스템 구축에 온 힘을 쏟을 것이다. 현재 피해 복구 역시, 이번 태풍을 교훈 삼아 강화된 설계 빈도에 맞춰 복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든 보금자리와 생계 수단을 잃은 수재민들을 돕는데도 전력을 다할 것이다. 울주군 전 직원들은 복구 작업 뿐 아니라, 이재민 돕기 특별성금 모금에 자발적으로 나서 10일 하루 동안 2,000만원 상당을 모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전달했다. 시민 여러분들의 따뜻한 관심도 부탁드리며 마지막까지 복구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약속, 거듭 드린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