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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석유공사 울산지사 원유배관 폭발사고가 예견된 인재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꼭 있어야 할 안전관리책임자가 공석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더구나 이같은 사고는 지난 2004년과 2009년에도 이미 있어온 사고였다는 사실도 밝혀져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만연되어 있는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사고 목격자와 협력업체 관계자 등을 조사한 결과 당시 현장에 시공사나 발주사 안전관리책임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현장에는 폭발로 사망하거나 다친 협력업체 근로자 6명만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부에 따르면 원유배관 이설은 배관에 남아있는 원유나 공기 중의 가스를 제거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폭발이 일어날 수 있는 등 매우 위험한 작업이기 때문에 안전관리책임자가 현장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협력업체 근로자들만 배관의 원유 찌꺼기를 제거하다 폭발로 희생됐다.

이에 따라 고용부는 원청과 발주처의 책임 여부를 따지고 있다. 발주처인 한국석유공사도 "사고 현장에 공사 직원은 없었다"고 시인했다. 한국석유공사는 폭발사고와 관련, "(발주처가 아닌) 시공사가 현장 안전을 포함한 모든 관리와 통제업무를 담당하고, 폭발사고 전 시공사로부터 (작업) 검사나 승인 요청을 받지 않아 석유공사 직원은 현장에 없었다"고 밝힌바 있다. 울산플랜트건설노조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당시 배관은 한쪽이 블라인드로 밀봉된 상태였고, 이를 벗겨낸 뒤 안에 있던 가스를 제거해야 노동자들이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며 "폭발은 배관에서 블라인드를 벗겨내는 과정에서 망치질 등으로 인해 불티가 튀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발주자인 석유공사와 시공사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발주처인 석유공사의 직접적인 책임 유무를 떠나 공기업이 사고에 대처하는 태도다. 발주처인 석유공사와 시공업체인 SK건설, 숨지거나 다친 근로자들이 소속된 하도급업체 성도ENG 모두가 이번 사고와 직간접 연관이 있지만 발주처인 석유공사는 유독 초기에 책임회피로 일관했다. 발주는 했지만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 출발이었다는 이야기다. 시공사에 맡겼으니 우리는 알 바 아니다는 식의 의식이 저변에 깔려 있는 한 안전문제의 개선은 요원하다. 철저한 반성과 점검으로 사고 재발이 없도록 하고 책임 유무를 떠나 사고 수습과 재발방지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 순서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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