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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한낮의 뜨거운 열기에 힘들어 한 여름나기도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낮의 길이보다 밤이 더 길어지면서 차가운 기운에 옷깃을 세워야하는 계절이 우리들 곁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일상생활에서 시민들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큰 지진으로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찾아온 대형 태풍 '차바'로 상인들의 애환이 묻어 있는 전통시장과 주변 상가지역이 아수라장이 돼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열정으로 가득찬 후배 소방공무원을 구조현장에서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야 했던 아픔과 안타까운 기억들도 민·관·군이 합심해서 차분히 극복했고 이제는 대부분 시민들도 보통의 일상으로 돌아와 모두들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뒤돌아보면 정말 아쉬움이 많이 남기도 하지만 울산동부소방서에서는 지금부터 따뜻한 겨울을 맞기 위해 11월 불조심 강조의 달 및 겨울철 소방안전대책 준비로 한창이다.
 그러나 겨울이면 심심찮게 나오는 기사가 바로 많은 화재사고이다. 실제로 보도되지 않은 화재까지 감안하면 '화재'는 우리의 생활안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매월 셋째 주 수요일은 전국적으로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을 실시하는 날이다. 매번 캠페인을 할 때마다 아쉬웠던 점은 동부소방서에서 일산해수욕장사거리까지 '모세의 기적'처럼 움직여주지 못하는 점이다. 소방통로확보의 중요성은 화재 발생 후 5분이 지나면 연소 확산 속도가 급격히 빨라져 화재피해가 가속화 되고 막대한 인명·재산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해 신속하게 초기대응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화재 현장에 '골든타임' 5분 내에 도착한다는 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날로 늘어나는 자동차수에 비해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상가 밀집지역 및 주택가 이면도로나 골목에 무질서하게 주차돼 있어 소방차량의 신속한 출동을 어렵게 하는 것이 현실적인 문제이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교통환경 문제로 인해 소방차량에 대한 시민들의 양보의식이 예전보다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동부소방서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더욱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소방출동로 확보를 위해 불법 주·정차 차량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제도적 정착을 위해 주택 및 상가밀집지역, 재래시장 등 취약지역에 대한 대대적 소방차량 길 터주기 홍보를 실시하는 등 시민 공감대 형성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은 울산시민들 개개인의 의식 변화다.
 내가 먼저 주·정차 금지구역에 차량을 주차하는 일이 절대로 없도록 해야 하고 부득이 이면도로에 주차할 경우는 소방차가 충분히 통과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줘야 하며, 주행 중 소방차량을 발견하면 우측 가장자리로 일시정지 하거나 도로 좌우로 양보해 소방차량이 주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이런 소방출통로 확보를 위한 하나하나의 행동이 다소 불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것이 바로 내 가족과 이웃의 소중한 생명보호를 실천하는 길이며 행복의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아쉽긴 하지만 갈수록 길 터주기 참여율이 개선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시민들의 '소방차 길 터주기' 중요성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인식의 요인으로는 바로 소방차량 활동에 장애가 되는 요소인 조경 등을 제거해 진입곤란 사항을 개선한 사례가 있다.
 또한, 매월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고층아파트 소방교육·훈련 시행 등으로 소방차량전용 주·정차 차선의 불법 주·정차금지행위가 해소된 사항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필자로서는 매년 겨울철이 되면 시행되는 대시민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하지 않나 생각한다. 소방차량의 통행에 지장을 주어 불편을 초래했던 시장·상가의 무질서한 입간판들도 제거돼야 소방차 현장 도착률이 빨라진다는 인식이 터닝 포인트가 됐을 것이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그 가치가 퇴색되지 않는다. 이제는 "소방차 길 터주기 양보운전은 왜 해야 되냐"는 시민의 질문을 받게 된다면, 여러분의 가정과 개인을 위해 스펀지처럼 흡수해야 할 필수 양보의식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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