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는 지난 4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빌딩 앞에서 공무원 1만7,432명이 공동 서명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급기야 현직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른바 최순실 사태로 곳곳에서 시국선언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들까지도 시국선언에 나선 상황이다 보니 파장이 적지 않다.
 일부 공무원들은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가 아닌 최순실 정부를 위해 일 해온 것 아니냐고 자조섞인 말까지 내뱉고 있다.
 이 같은 시국선언은 국가적 중대사안에 대해 특정 단체나 개인들이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정치·사회적 신념을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우리 현대사의 주요 길목마다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터져 나온 시국선언은 민심을 나타내는 지표로 여겨진다.
 때문에 평소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과 집단마저 시국선언에 나섰다는 것 자체가 정부 시스템의 붕괴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만하다.
 이승만 정권을 퇴진시킨 1960년 4·19 혁명, 대통령 직접 투표제를 이끌어낸 1987년 6월 항쟁 등이 대표적이다.
 최루탄에 머리를 맞아 숨진 채 바다에 떠오른 김주열 군을 본 마산시민들의 분노가 4·19혁명을 촉발시켰고 대학교수들까지 나서 헌법제정을 요구한 6월 항쟁은 개헌을 이끌어 냈다.
 또 2000년대 들어서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 논란이 일자 여기저기서 시국선언이 쏟아졌다.
 당시 시국선언은 대학가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와 언론인, 노동조합 등 각계각층이 나선 가운데 전교조까지 동참해 이후 교사들의 줄 징계로 이어지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논란에도 불을 붙였다.
 이처럼 정치적 중립을 지켜오던 공무원들까지도 시국선언에 나서는 것은 이제 새로운 일도 아니다.
 문제는 공직자들의 정국에 대한 분노나 혐오가 아니다. 나라가 온통 최순실 사태로 혼란 스러운 마당에 공무원 사회까지 여론의 한 축으로 들썩거리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 돌아볼 때다. 우리 시민들의 정치수준은 이미 과거 정부 때와 다르다. 공무원 사회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 시스템이다. 함부로 흔들리는 조직이 아니라 안정적인 대민 시스템을 갖고 혼란의 정국에 임해 주길 당부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