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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감동 깊게 읽은 책 몇 권을 평생 가슴속 깊이 담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소설이든, 시집이든, 수필집이든 어떤 종류의 책이라도 감동 있게 읽은 책은 우리 기억 속에 오래도록 살아남아 있게 된다. 필자는 대학시절에 엄청난 감동을 가지고 읽었던 한권의 책, 물론 순한문으로 쓰인 것이라 번역서를 읽었지만, '한국통사'가 생각났다. 그래서 얼마 전 그 책을 다시 읽어보았다. 여전히 그때와 같이 많은 감동을 받았다.   

 저자 박은식(1859.9.30.~1925.11.1) 선생은 황성신문, 독립협회 등 여러 분야에 참여하여 교육, 계몽, 언론, 민족운동 관련 활동을 하였다. 1912년 상하이에서 신규식 등과 함께 동제사(同濟社)를 조직하여 독립운동을 하였으며, 3·1 독립운동 후 임시정부에서 활동하였고, 임시정부 제2대 대통령을 역임하기도 하였다. 선생은 나라가 일본에 의해 강제 병합되는 과정을 몸소 보고 겪었던 분이다. 그래서 나라 잃은 통한의 슬픔을 역사연구를 통하여 승화시키려 『동명성왕실기』,『안중근전』, 『한국통사』, 『한국독립운동지혈사』등 많은 역사서를 서술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배경 속에 저술된 한국통사(韓國痛史)는 1915년 중국 상하이에서 선생이 독립운동을 하고 있던 시기에 발간되었다. 이 책은 제목부터가 좀 특이하다. 우리나라 역사를 전체적으로 서술한다는 의미의 통사(通史)가 아니라 '고통의 역사'라는 의미에서 고통'痛'자를 사용하여 '통사(痛史)'라고 한 것이다. 당시 상황을 '아픔'이라고 생각한 선생은 아프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는 즉 우리나라가 독립되기를 바란다는 강력한 염원을 가지고 제목을 그렇게 붙였던 것이다. 또한, 필명을 통해서 선생의 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책을 발간할 때 저자를 '태백광노(太白狂奴)'라고 하였다. 즉 '우리나라의 미친 노예'라고 본인 스스로를 소개한 것이다. 나라를 일제에 잃었으니 노예가 된 것이고, 그로인해 미칠 지경이 되었다는 것을 잘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 

 책 앞부분에서는 한국사 전체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고, 그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선생의 시각을 가지고 우리 아픔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부터 명성황후의 개국정책을 지나 서서히 망해가는 나라 모습을 사건 중심으로 다루었고, 일제 강제 병합과 105인 사건까지 서술하고 있다. 중간 중간 망국의 아쉬움과 설움을 표현하기도 하였는데, 그런 대목은 독자의 가슴을 찡하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선생의 핵심사상은 책의 서언에 뚜렷하게 남아 있다. 우리나라 형체는 허물어져 버리고 말았으나, 정신은 살아남아야 할 것이다. 정신이 존재하여 없어지지 않으면, 모양도 언젠가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동포들이 국혼(國魂)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기 바라며, 절대 이것을 저버리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이것이 서언의 핵심내용이다. 비록 나라가 일본에 강제 병합되어 형태가 온전하지 못하지만, 사람들이 국혼을 지키고 있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독립할 것이라고 선생은 굳게 믿었던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이 필자뿐만 아니라 오늘날 살아가는 우리 세대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 되더라도 정신만 바짝 차리고 있으면 언젠가는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의 힘을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한 가정에 경제가 어려워지고 부부간에 갈등이 생겼을 때도 신혼시절의 달콤했던 기억을 추억삼아 참아내고 노력하면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또 친구사이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도 우정만 생각하면 친구관계가 지속될 것이다.

 요즘, 우리 울산은 경제적으로 상당히 어렵다고들 한다. 그러나 기억하자.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발전을 지탱해온 우리 울산이 아닌가. 자긍심을 가지고 견뎌내고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더 나은 모습을 반드시 되찾을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한국통사』에서 얻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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