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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류정치의 비극
[김진영의 세상읽기]
2016년 11월 20일 (일) 20:06:39 김진영 cedar@ulsanpress.net
   
▲편집이사 겸 국장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우리 사회의 민낯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좌와 우,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적 편향성부터 군중심리와 숫자에 목을 매는 과시욕까지 감춰온 치부가 낱낱이 길거리로 나오는 중이다. 대통령은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검찰이 100만 촛불의 불기운에 달궈져 대통령의 공모관계를 확인했다는 발표를 하고 야당 당수는 계엄령을 이야기 한다. '빨갱이' 논란에 치를 떠는 문재인은 한놈만 패듯 '세월호 7시간'에 집착한채 대통령이 아닌 여자 박근혜의 사생활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문장을 반복하고 있다.

기득권의 둑이 무너진 상실감을 손바닥으로라도 가려보려는 새누리당은 차라리 추하다. 민낯은 고사하고 자위하던 혼자만의 시간조차 까발려졌다. 불안증후군에 결정장애까지 노출된 지도부가 허술한 끈하나 잡고 무작정 배를 산으로 끌고가는 모양새다. 박을 떼어버리면 존재하지 않는 정당이니 상황이 막차로 몰리는 순간에도 친박과 비박으로 갈려 대책을 찾는 볼썽사나운 신세가 됐다. 대표직 사퇴는 혼란에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환관 두루마리 속에 숨겨둔 칼자루를 움켜쥔 이정현은 코미디 감이다. 딱붙어 튀어나온 눈을 부라리고 서슬퍼런 칼자루를 흔드는게 마지막 임무다. 그 이상도 그이하도 그에게 시선이 가진 않을 것이라는 점을 빨리 알아채야 하지만 단식농성의 전례를 보면 정치적 감각이 초등학교 급장수준이니 기대하긴 어렵다.

진보의 심리학자 황상민은 한국인의 기저심리를 나보다 남을 의식하는 기회주의와 표리부동에서 살폈다. 청소년의 필독서가 된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는 과시하고 싶거나 질시하거나 환상을 품거나 동조하는 행동으로 자신의 불안을 달래보려는 심리를 한국인의 기저 심리 중 하나로 진단했다. 불행하게도 이같은 심리를 우리 정치는 치유하려고 애쓰기 보다 이용하는데 집중했다. 한국인만 그런것도 아니고 한국사람만 유별나게 남을 의식하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언제부턴가 기회주의자와 표리부동한 인간 군상으로 낙인찍혀 치료의 대상이 됐다. 명품 가방을 사고 싶어하거나 번쩍거리는 외제차에 뚜껑을 열고 가속페달을 밟고 싶은 욕망이 우리만 그런 것도 아닌데 말이다.

촛불이 시민의식의 수준인양 주말마다 광화문에 모여라고 이야기 하는 정치는 삼류다. 세월호 7시간을 무슨 막장 드라마의 감독판 수준으로 만들어 놓고 상영전 개봉박두를 외치는 정치는 삼류의 사생아다. 특별검사로 채동욱을 추전하겠다는 박지원의 입이나 대통령이 관저에 숨어 박사모와 계엄령을 공모하고 있다는 추미애의 의도된 자가발전식 방송은 급수를 따지기도 싫은 저렴한 정치다.

문재인의 '세월호 7시간' 집착은 산케이 서울특파원 가토 다쓰야보다 한수 위다. 가토는 소설을 썼지만 문재인은 상상력만 자극하고 있다.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는 단문 하나만 가지고 촛불을 든 군중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문재인의 문장에 빨려들어가면 이성이 마비된다. 팩트가 무엇이든 상상력의 힘은 안드로메다까지 다녀올 만큼 스팩트럼하게 전개되는 힘이 있다. 그 점을 노린 문장이 '밝혀야 한다'라는 짧고 강한 질문이다.

당장 청와대가 오보 괴담 청소방을 만들었지만 조롱거리가 되는 것이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대통령 당선 전 병원을 이용할 때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여주인공 이름인 '길라임'을 사용했다는 보도는 병원 간호사가 만든 가명이라고 밝혔지만 사이버 세상에서는 길라임이 도배되고 한 케이블 채널은 드라마를 긴급편성하는 민첩함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가 사실관계를 밝힌 오보나 괴담은 모두 9건이다. '길라임'부터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문장과 '통일대박'이라는 표현 등이다. 온우주는 브라질 문호 파울로 코엘류의 소설 '연금술사'를 인용했고 브라질 순방 연설 때 사용했다는 이야기다. '통일 대박'은 신창민 교수 책에서 나온 표현이고 세월호 7시간은 분단위 일정을 공개했다. 팩트로 의혹과 루머를 차단하고 나섰지만 안드로메다까지 다녀오는 상상력은 아류와 속편을 확대 재생산하는데 여념이 없어 보인다.

상상력은 사실관계보다 음모와 은폐를 자극하는 쪽이 유용하다. 성을 빼앗아 적을 쓸어내려는 자는 성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무한 상상으로 성 밖으로 퍼뜨린다. 별로 어렵지 않다. 카더라와 그랬데만 붙이면 뭐든지 통한다. 그 상상력으로 무수히 많은 성이 무너졌고 스스로 성의 주인이 된 일들이 역사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성안에서 상상력의 근거를 만든 것도 정치지만 그 근거를 잽싸게 낚아채 상상력을 자극하며 슬쩍슬쩍 흘리는 술수도 정치다. 이래저래 하급 정치 아래 골병이 드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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