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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접어드는 쌀쌀한 날씨라 아이를 집에만 데리고 있으면 아이도 부모도 지루하게 시간이 가지 않는다. 야외활동도 감기가 염려되는 시기이다.
 그런 이유로 얼마 전 아이와 조카를 데리고 키즈 카페에 갔다. 집보다는 장난감이 많고 추운 날씨에 그나마 활동적으로 놀 수 있는 공간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즐겁게 놀다 왔는데 사흘 뒤 조카가 열이 심하게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았더니 며칠간의 잠복기를 거치고 발현된 구내염이라고 했다.
 우리 아이도 내심 걱정이 됐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다음날 열이 심하게 나는 것이었다. 황급히 가까운 소아과에 갔더니 입안에 특별한 염증소견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해서 간단한 약을 처방받고 왔다.

 그러나 그날 밤 40.2℃를 오르는 고열이 나기 시작했다. 아이가 축축 쳐지고 기력이 없이 보채는 바람에 손발이 떨리고 행여 아이가 잘못될까 걱정되는 마음에 무서움마저 엄습해왔다.

 황급히 응급실로 직행 했고 기다림 끝에 진료를 받았다. 결과는 구내염이었다. 40도를 오르내리는 열 때문에 미지근한 손수건으로 닦고 물을 마시게 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했지만 열이 쉽사리 내리지 않았다.
 결국 해열주사를 맞고 한 시간 정도 열을 내리기 위한 행동들을 반복했다. 그러자 서서히 열이 내려가기 시작해 38도 이하로 내렸고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안심을 하고나니 주위가 보이기 시작했다. 응급실의 모습은 인산인해였다. 앉을 공간이 없어서 서서 기다리는 사람, 장시간 기다림 끝에 지친 사람 등 많은 인파가 모였지만 응급실의 공기는 삭막하기만 했다. 소아 응급실은 개에 물린 아이, 갑자기 구토가 심해서 온 아이, 이마가 찢어져 피를 흘리며 온 아이 등 각기 다른 고통들을 갖고 있었다. 부모들은 불안함과 초조함으로 기다림과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아픈 부위는 제각기 다르지만 걱정하며 기다리는 부모들의 마음은 모두 같았다.

 열이 내리고 난 뒤 집으로 왔고 도착해보니 다음날 새벽 2시 정도의 시간이 됐다. 잠을 제대로 못 잤지만 또 열이 날까 신경이 쓰였다. 아이 옆의 잠자리에 들었지만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두 시간을 자고 새벽 4시, 아침 8시, 4시간 간격으로 해열제를 먹였다.

 그러나 또 열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았다. 애를 태우며 기다리다가 인근 병원 중 비교적 꼼꼼하다고 평판이 난 곳으로 아이를 데리고 갔다. 열이 난 이틀의 시간이 매우 긴 여정처럼 느껴졌다.
 그 병원에서 구내염과 함께 중이염도 발견돼 해열제 뿐 아니라 더 많은 약을 처방 받아 먹이게 됐다. 4시간 간격으로 먹이는 해열제로 열이 내려가지 않으면 다른 종류의 해열제로 2시간 후에 먹이라고 했다.
 그렇게 했으나 역시 열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았다. 열이 나는 증상 뿐 아니라 구내염과 중이염이 겹쳐 목과 입안이 아프니 물조차 먹으려 하지 않았다.

 똑같은 걱정들이 반복됐다. 구내염은 통상적으로 3일 정도 열이 난다고 했다. 아이가 자칫 위험에 이를 수도 있는 고열을 넘나드니 하루가 몇 배 더 길게 느껴졌다.
 아이는 아프면서 자란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프고 나면 그만큼 성장해 있고 병에 대한 면역도 생긴다는 의미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크게 아프고 유래 없는 고열을 겪으며 필자 역시 엄마로서 내적인 성장을 통해 더 단단해졌다.

 이번 열로 인해 앞으로 일반적인 열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차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아픔을 극복하는 만큼 엄마도 한 발짝 계단을 오르듯 아이와 함께 성장해 간다. 걱정과 불안함을 극복하며 아이에 대한 이해와 육아의 내공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 같은 일련의 반복된 과정을 거치면서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엄마가 되어간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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