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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
글·그림 사토 와키코 / 옮김 이영준

마음이 답답하고 거뭇거뭇한 어둠이 얼룩처럼 묻어 있을 때가 있다. 더러운 빨랫감이야 세탁기에 넣고 버튼만 누르면 깨끗하게 나오지만, 그것만으로는 마음이 개운해지지 않을 때 손빨래를 해본다. 아기 옷이든 손수건이든 걸레든 빨래판에 대고 부글부글 비누칠해서 쓱쓱 싹싹 힘차게 빨면서, 어지럽고 답답함, 소금처럼 짜디짠 원망과 미움도 찌든 때와 함께 깨끗이 사라져버린다.
 마음마저 깨끗하게 해주는 유쾌하고 즐거운 매력이 있는 그림책 '도깨비를 빨아 버린 우리 엄마'이다. 동화 속의 씩씩하고 부지런한 엄마는 빨래하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집안의 모든 물건을 다 빨아버린다. 빨랫줄에는 온갖 것들-옷, 아이들, 고양이, 개, 우산, 국자가 주렁주렁 널려있다. 그런데 지나가던 장난꾸러기 도깨비가 빨랫줄에 걸려 데롱데롱 매달려버린다.
 엄마는 건방진 도깨비마저 단숨에 빨아버린다. 우는 아이도 멈추게 하는 도깨비마저 엄마에게는 빨랫감일 뿐이었다. 꼬질꼬질한 도깨비는 깨끗해졌는데, 아뿔싸! 그만 눈코입이 지워졌네. 엄마는 도깨비 얼굴을 다시 그려주었고, 도깨비는 반짝반짝 빛나는 눈과 코, 입을 가진 예쁜 아이로 바뀌었다. 다음날, 다시 엄마는 열심히 빨래를 하는데, 세상의 모든 도깨비들이 몰려와서 "빨아주세요! 예쁜 아이로 만들어주세요!"라고 외쳐대는 게 아닌가. 무서운 도깨비마저 엄마의 손빨래로 착한 도깨비로 변한다는 설정이 유쾌한 대목이다. 도깨비들 앞에서 엄마는 튼튼한 팔을 들어 보이며 힘차게 말한다. "좋아, 나에게 맡겨!"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드는 일들이 너무도 많다. 일 년 동안 싸인 찌든 때 같은 마음들- 원망, 미움, 분노를 깨끗이 빨아서 탈탈 털어 햇볕 쨍쨍한 날에 보송보송 말려보자. 다시 우리 마음에 햇살 같은 따스한 희망의 내음이 나기를.  권은정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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