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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일 년의 마지막 달인 12월이다. 보통의 12월은 연말연시로 들떠있는 분위기가 많은데 올해는 유달리 어수선하다. 나라가 온통 난리니 말이다. 어찌됐건 12월은 마음이 뒤숭숭하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가버렸나. 일 년 동안 무엇을 했나. 이런저런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놓아주지를 않으니 머릿속이 시끄럽기만 하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난 끊임없이 생각하도록 내버려두거나 (그래서 발전적인 새로운 생각이나 계획을 만들어 내는 경우도 꽤 많은 것 같다 내 경우엔) 생각을 멈춘다. 잠을 자거나 한꺼번에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거나 그 외에도 여러 방법이 있다. 친구와 수다를 떨거나 술을 마시거나 맛있는 걸 먹거나 쇼핑을 하거나 상황에 따라 해결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 일테니. 어찌됐건 복잡한 생각은 떨쳐내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되고 그걸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하면 마음의 병이 돼버리니 생각이란 게 이리도 위험하다. (이상한 결말을 맺은거 보니 내가 요즘 머리가 복잡하긴 한가보다)

 생각 자체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을 위험에 처하는 상황에 놓이게 하고 말고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사람을 통제 할 수 있는 것이 생각이니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말해야지 맞겠다.
 한 사람의 생각이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오는가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영향력이 크면 클수록  당연히 커진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이 보여주고 있다. 생각을 하는 것 그리고 그에 따른 행동 그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관해서 말이다.
 그러니 좋은 생각을 잘하는 방법도, 나쁜 생각을 다스리는 방법도 스스로의 훈련을 통해 발전시켜야 하는 건 맞겠다. 그보다 먼저 좋은 생각과 나쁜 생각을 구분 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우선이 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그래서 요즘 내 머릿 속을 뒤흔들어 놓을 때마다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고요한 바다, 끝이 보이지 않는 눈으로 덮인 평야, 코에 스치는 산들바람 고여 있는 물에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소리, 풍경종소리 뭐 이런 것들을 계속해서 나도 모르게 눈으로 귀로 감각을 되살려서 생각해낸다. 아마도 요즘 내가 가질 수 없는 고요함이 그리워서 일거다. 그리고 내 맘대로 메들리를 만들어 보곤 한다.

 작곡가 베토벤의 실제 남겨진 편지들을 증거로 그의 사랑에 대해 각색한 작품인  영화 '불멸의 연인'의 가슴 먹먹하게 만드는 마지막 장면을 계속해서 떠올리게 만드는 베토벤 (L.V.Beethoven) 피아노협주곡5번 '황제'중 2악장, 유태인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 (Wladyslaw Szpilman)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피아니스트'첫 장면에 피아노 연주를 하던 중 라디오 방송국으로 폭탄이 날라 오며 중단되던 쇼팽(F.Chopin)의 녹턴 20번, 영화 '색계' 드라마 '밀회'등에 나오는 브람스(J.Brahms)의 피아노곡 '인터메조'op.118-2 그리고 크리스마스이브에 시작되는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푸치니(Giacomo Puccini)의 오페라 '라 보엠(La Boheme)'중에 '그대의 찬손:Che gelida manina', 우리나라에서 처음 으로 공연된 오페라 는 '춘희'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베르디(Giuseppe Verdi)의 '라트라비아타(La Traviata)'였단다.

 상류사회의 남성들을 상대하던 사교계 여성과 평범한 청년의 비극적 사랑이야기를 그린 내용이다. 여기에 나오는 아리아 '프로방스의 바다와 대지:Di Provenza il mar il suol' 남자주인공의 아버지가 아들을 고향으로 데리고 가기 위해서 온 마음을 다해 집으로 가자고 설득하는 내용의 노래인데 내용을 몰라도 바리톤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그 멜로디는 너무나 애절하다. 그리고 메들리의 끝 곡으로 지난 4월에도 한번 소개했던 곡인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Ian Bostridge)가 부른 슈베르트(F.P.Schubert)의 가곡 '그대는 나의 안식' 눈을 감고 가만히 그 노래를 듣고 있자면 내가 생각하는 고요한 곳이 바로 여기라고 느껴질 정도이다.

 순실의 시대, 상실의 시대. 내 맘대로 메들리 한번 감상 해 보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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