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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조업 분야의 최강자인 울산이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울산은 조국근대화라는 이름으로 맨 앞자리에 서서 국가 경제를 이끌어 왔다. 자동차·선박·석유제품으로 수출 시장을 선도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만드는데 일등공신이었다. 지난 2011년에는 '연간 수출 1천억 달러 돌파'라는 금자탑도 세웠다. 최근의 울산은 이같은 과거의 영광은 온데간데 없다. 지난해 급락한 수출액은 올해 더 추락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600억 달러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별 수출 순위에서도 울산은 2위 자리마저 위협당하고 있다.

3대 주력산업 모두 지독한 수출 부진에 빠졌고, 반갑지도 않은 '불황형 흑자'만 쌓이고 있다. 여러 대외적 변수로 내년 수출 전망도 밝지 않아 울산은 이전에 없었던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올해 울산 수출을 716억 달러로 예상했다. 지금까지의 성적표는 532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이상 감소한 수준이다. 11월과 12월 수출 실적이 호조를 보이더라도 700억 달러는 사실상 어렵고, 650억 달러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울산 연간 수출이 마지막으로 600억 달러대를 기록한 것은 2009년(608억 달러)이다.

부진한 실적은 산업도시의 위상 변화로 이어졌다. 국내 전체 수출에서 울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1∼10월) 13.1%까지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13.8%였다. 울산 수출액 비율은 2005년 15.9%를 기록한 이후 2014년까지 한 번도 15%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1∼10월 지자체별 수출 순위도 울산은 경기(789억 달러), 충남(536억 달러)에 이어 3위로 처져 있다. 연간 수출 순위에서 울산은 2004∼2007년 4년 연속 2위를 차지했고, 2008∼2012년 5년 중 4년(2010년 2위)간 1위에 올랐다.

2013년부터는 경기 1위-울산 2위 구도가 이어졌으나, 올해는 한 단계 더 내려앉을 위기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최근 월별 수출 감소세가 점차 완화되고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는 등 긍정적인 요인이 있지만, 대외적 변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책도 별반 없다. 내년의 경우 수출시장이 점차 호전될 것으로 보이지만 변수가 많아 유동적이다. 제조업 신화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대변화를 꾀하지 않으면 울산의 미래가 위태롭다. 이대로 가면 한국판 디트로이트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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