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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파랑과 지진해일 등으로부터 원전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해안방파제 대부분이 현행 설계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수십년간 관리도 부실했다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9·12 경주 지진 이후 원전 불안감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주요 원전 방호시설인 방파제가 부실한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울주군 서생에 들어선 신고리 3·4호기와 새로 건설되는 신고리 5·6호기는 다행히 해수면보다 10m 이상 높이 위치해 있고, 취·배수구는 바다 심층에 뚫어 방파제는 설치되지 않았지만 육상의 다른 방호시설이 기준에 맞게 설치됐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파랑 방호시설인 방파제 등의 설계기준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항만 및 어항 설계기준·해설'에선 항만구조물은 심해설계파를 기준으로 해당시설의 요구 성능에 만족하고 구조적 안정성 확보를 위해 설계공용기간은 최소 50년으로 설정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감사원이 고리원전 등에 설치된 방파제에 대해 최근 50년 빈도의 심해설계파를 기준으로 안전성을 분석한 결과, 이 기준을 충족시키는 방파제는 단 한곳도 없었다.

국내 원전 중 가장 많은 6개 방파제가 설치된 고리원전의 경우, 방파제 마루높이와 피복석인 테트라포트(TTP) 중량이 설계기준을 만족시킨 사례는 전무했다. 이같은 사정은 울산 인근의 월성원전이나 영광·한빛원전도 다르지 않다니 걱정이다. 감사원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등으로 갈수록 파랑이 높아지고 있어 이 같은 기준 미달의 방파제를 방치할 경우 파손·붕괴로 원전 시설 방호 기능을 확보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울산 인근에 16기의 원전이 밀집돼 있고 공단에 200여 개 석유화학기업이 입주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실제로 이같은 위험시설이 밀집돼 있지만 이들 설비 중 20%가량은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상황이다. 최악의 경기불황을 겪고 있는 울산의 경우 재난에 대한 울산 시민들의 트라우마도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이는 최근 울산시가 울산 시민 1,641명을 대상으로 시민안전 의식조사에서 잘 드러났다. 무엇보다 일반시민들도 산업현장의 안전관리 분야에서 69.3%가 산업현장(작업장)에 대한 취약성을 우려했다. 현장과의 괴리를 최소화하기 위한 끊임없는 보완작업을 통해 안전대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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