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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받을 권리가 있다면 나누어 줄 의무도 있다.
 나눔 중에서도 장기기증을 통한 생명 나눔은 고귀한 생명을 살린다는 점에서 더욱 소중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해마다 1,100명 이상이 간절하게 이식 수술을 기다리다가 기회한 번 얻지 못하고 숨을 거두고 있다. 
 삶과 죽음의 문턱에 서 있는 말기 암환자가 겪는 고통만 견디기 힘든 게 아니다.
 심각한 장기 손상으로 세상에 등을 돌리고, 사랑하는 사람 곁을 떠나고 그들을 보내야만 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은 급격하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새 삶을 살게 하는 이식수술은 발전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기증자 수가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증 없이는 장기이식도  있을 수 없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기증자 수에 비해 이식이 필요한 이식대기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식대기자가 지난해 기준으로 2만7,000명에 이르고 있어 생명 나눔 실천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에 앞서 장기기증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있어야 한다.

 장기이식기관으로 지정된 전국의 병원 및 보건소 등 400여 곳에서 등록된 장기기증자를 관리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기증희망자가 뇌사 또는 사망하더라도 최종결정은 가족이 하도록 돼있다.
 게다가 뇌사 판정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 장기를 적기에 이식할 수 없는 위험이 함께 따른다.
 병원에서는 뇌사판정 기준에 적합한 중환자의 상태에 따라 의료진과 함께 장기이식코디네이터가 장기이식을 진행한다.

 그러나 사실 중환자실 환자들의 보호자에게 장기기증 의사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다.
 환자에게 희망이 없다고 선고하는 말로 오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할 때 장기를 기증할 생각이 있는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만약 환자가 이미 장기기증자로 등록돼 있다면 얘기는 쉽게 흘러가지만 대부분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무거운 마음을 안고 고심을 거듭하는 과정을 거쳐 장기기증이 이뤄지기도 한다.
 안타깝게 회복되기만을 기다리는 사람, 모든 것을 내려놓은 허탈한 마음, 삶의 희망.

 스스로 움직일 수도 없고 가족의 숨결조차 느낄 수 없게 된 환자들을 앞에 두고, 그 속에서 수많은 사연들을 들으며 가슴속으로 녹아내리는 눈물을 머금고 일할 때가 많았다.
 의료인이라면 모두가 느끼고 있는 것 바로 냉철함이 필요한 순간, 의료인들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나를 내어주어 다른 사람을 구하는 것이 결국은 내가 계속 사는 길임을 알려주는 것이 의사나 간호사의 의무이고 책임이다.
 이식의료기술은 발전했지만, 장기기증 문화는 선진국에 비해 뒤쳐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에서 장기이식 대기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뇌사자가 발생해도 가족들의 기증거부로 인해 안타깝게 기증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의료기술 발달과 함께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국가는 장기기증자를 존중해주고, 사회는 이를 명예롭게 생각해야하며 무엇보다 기증자의 선행을 기념하고 그 뜻을 기려야 한다.
 언젠가 우리도 누군가의 나눔이 필요할 때가 있고 나누어 주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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