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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역사를 간직한 채 조금씩 나이 들어간다. 마치 사람처럼 말이다. 그리고 늙으면 병들기 마련이고 병이 들면 치료가 필요하다. 도시 역시 말이다.
 여기서 등장한 것이 도시재생이다.

 도시 주변 환경을 정비하고 생활을 조금 더 편리하게 만들어가며 장기적으로 지역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까지 하는 것이다.
 단순히 낙후된 구도심의 개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1960~1970년대 전국 최고의 포경항으로 이름을 날렸던 장생포는 어느 지역보다 잘 사는 곳이었다.
 '고랫배 포수할래? 울산군수 할래? 하면 고랫배 포수 하겠다고 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다.

 그러나 1986년 상업적 포경 금지,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지정으로 인한 도심과는 단절로 급속한 인구감소와 함께 도시속의 외딴섬으로 전락했다.
 1979년 2,000명이 넘던 장생포초등학교 학생 수가 40여 명으로 줄어들고, 2만 여 명에 이르던 인구도 1/10로 감소했다.
 이에 남구는 얼마 전 장생포 지역 생활여건 개선을 위한 장생포 새뜰마을 사업을 시작했다.

 2018년까지 사업비 85억 원을 투입해 열악한 장생포 일대 생활환경을 정비하고 주민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도시재생사업이다.
 또 낙후된 선암본동 일대 역시 도시 재생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선암지구 생활환경 개선사업은 지난해 국토교통부 도시활력 증진지역 개발사업 공모에 선정돼 2019년까지 약 78억 원이 투입되는 도시재생사업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보상과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한동안 우리나라는 근대화, 산업화라는 이름으로 수십 년을 마구잡이 개발로 도시를 허물었다.
 물론 급속도로 성장한 대한민국의 그늘에서는 그랬다.
 문제는 급격한 사회 변화로 인해 더 이상의 재개발은 유효하지 않다는 데 있다.
 단순히 개발하고 이익을 챙겨가는 재개발 사업이 아닌, 지역 환경에 맞는 지역산업을 모색하고 지역민의 역할과 참여 속에서 이루어지는 주민주도형 도시재생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도시 재생의 궁극적인 목적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고 말이다.
 도시의 가치를 높이고, 도시의 활기를 찾는 일도 물론 그 목적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삶의 변화가 아닐까.

 도시재생 사업은 지역별 정체성이 반영되는 일이므로 주민과 함께하는 맞춤형 전략이 필수다.
 그리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도시공동체의 활성화, 커뮤니티의 형성이 필요하다.
 인간의 행복감은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도시의 가치와 가치를 높이기 위한 상품개발이 필요하다.

 매력적이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 사람, 기업, 자본이 모여들어 활력을 만들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도시로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도시재생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장생포와 선암본동에서 시작된 도시재생사업에 사람들이 거는 기대는 크다.
 하지만 단순히 담벼락에 페인트칠을 한다고 도시가 재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종합적이고 긴 안목으로 접근해서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사람들이 행복한 도시재생이 되어야 한다.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주민의 삶이 행복해져야 도시가 진짜 재생되는 것이다.
 앞으로 진행되는 사업들은 디자인이 도시재생의 목표가 될 것이 아니라 장생포와 선암본동의 주민들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도시 재생의 철학이 바탕이 되는 도시재생 사업이어야 하며, 정겨운 사람들이 있고, 따뜻한 삶이 있는 그런 마을로 다시 태어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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