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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노동계에서 보기 드문 해고결정 하나가 있었다. 당사자는 현대차 정규직 요구를 관철시킨 최병승 씨다.
 법원 판결 후 회사는 그에게 SNS와 내용증명 등 여러 방법으로 수백차례에 걸쳐 "입사절차를 밟으라"는 통보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려 920일이나 지나도록 거부했다.
 이에 회사는 징계위를 열고 '해고'결정을 내렸다. 더 이상의 통보는 의미가 없고, 본인도 '근로의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 시대 최고의 직장으로 불리는 현대차에 입사하는 것은 젊은 구직자들의 꿈이다.
 그런데도 이토록 오랜 기간 동안 입사를 거부했다니…. 더구나 본인 스스로가 현대차 정규직으로 일하고 싶다며 법원 문을 두드리지 않았는가. 일반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매우 해괴하고 희귀한 일이다.  

 내막을 조금 더 알아보자.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협력업체에 근무했던 그는 2005년 징계해고를 당했다. 장기 무단결근과 불법 라인점거에 가담했다는 이유였다. 이런 사람을 직원으로 데리고 있을 사업주는 아마 세상천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설령 본인이 사업주가 되더라도 자신 같은 근로자가 있다면 쫓아내지 않았을까.

 어쨌든 그는 해고처분을 기다렸다는 듯이 노동위원회를 찾았다.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줬으니 명분도 있었다. '현대차 사업장 내에 있는 업체에 근무했으니 현대차 근로자로 인정해 달라'(근로자 지위확인 소송)는 게 요지였다.

 헌데, 설마했던 일이 현실로 이뤄졌다. 2012년 대법원이 그의 손을 들어준 것. 하급심에서 두 번 연속 승소했던 현대차로서는 망연자실 할 수 밖에. 본인은 더더욱 놀랐을 것이다.

 그러나 법치국가에서 법을 이길 수는 없지 않은가. 회사는 2013년 1월부터 입사절차를 밟으라고 했다. "알겠습니다"며 즉각 응할 줄 았았던 그는 앞서 얘기했듯 예상 밖의 반응을 했다. 입사거부 명분은 해고임금 가산금(200%) 지급과 원직복직이다. 전자(前者)는 지금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이다. 최종 결정이 나면 그대로 따르면 된다. 더 이상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 후자 요구의 경우, 당시 그가 일했던 기업이 없어졌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특정인 한 사람을 위해 불필요한 공정을 되살릴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더하여 그는 해고기간 중 자신의 각종 불법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취하 합의서도 요구하고 있다.
 대법 판결 후 최 씨는 갖가지 공장점거 등 불법노동 행보를 이어갔다. 손배소 등 그를 대상으로 현대차가 소송을 제기한 게 한둘이 아닌게 이를 증명하고 있다.(물론 무죄추정의 원칙 때문에 최종 판결은 함부로 예단할 수 없지만) 특히 2012년 10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296일 동안 회사 인근 고압 송전탑을 기습적으로 불법점거해 고공농성을 하며 자신의 이름값을 한껏 올렸다.

 마침 대선을 앞둔 시기였던지라 야권 대선주자들까지 그의 발아래를 찾아와서 노동자의 표심을 자극했다.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다시 말해 서로가 서로를 이용한 셈이었다.

 "처음부터 현대차 근무의사 없었다"

 한편, 최 씨와 유사한 사안이 아산공장에서도 있었다. 그런데 그곳의 근로자는 법원 승소 후 즉각 입사절차를 거쳐 현대차 명찰을 달고 성실히 근무하고 있다.
 이처럼 비슷한 상황임에도 극명한 대조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입사는 거부하면서 최 씨는 현대차를 수시로 드나들었다. 또 이곳저곳에서 강연도 했다. 이 정도면 "더 이상 나를 평범한 일개 노동자로 보지 말라"는 암묵적 시위가 아닌가.

 그러나 최병승 씨는 자가당착 자기모순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 최고법원으로부터 '현대차 직원으로 간주한다'는 판결을 받는 순간, 그는 누구보다 법치의 혜택을 입었다. 그럼에도 '꿈에 그리던'현대차 직원이 되기 위한 절차를 거부한 것은 자신의 손을 들어준 법원조차 무시하는 행위다.
 만약 현대차가 본인에게 입사를 위한 행정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면 "대법 판결조차 무시하고 있다"며 사방팔방에 알렸을 것이다.

 무려 1,000일 가까이 입사를 거부해 해고를 했다는 뉴스를 접한 노동전문가들의 코멘트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그는 처음부터 현대차에 근무할 생각이 없었다고 보는 게 맞다. 그리고 한때 유명세를 탄 것을 계기로 소영웅주의 의식에 빠진 것 같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한 마디.

 "해고 결정이 너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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