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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대원들이 두려워하는 화재가 있다. 각종 유독가스가 배출되고 중장비까지 투입해도 번지는 불길을 잠재우기가 힘들다. 큰불을 잡았다고 해도 잔불을 처리하는 데 하루가 넘게 걸리기도 한다. 폐기물처리업체 얘기다.

 지난 19일 울주군 온산읍 폐기물처리업체 ㈜범우 폐기물 보관창고에서 불이 났다. 폐합성수지 등 산업폐기물 500톤 중 30톤가량을 태웠고 진화작업 마무리까지 8시간 10분이 걸렸다.
 폐기물처리업체 화재는 울산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울진군 북면 나곡리의 한 폐기물재활용업체 야적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24시간이 넘게 지나서야 꺼졌고, 지난 9월 13일 구미시 산동면 폐기물처리업체 화재는 큰불을 잡는 데만 9시간이 걸렸다.
 폐비닐이나 압축된 폐플라스틱 같은 가연성 소재가 많다 보니 불은 순식간에 확산된다. 큰불을 잡았다고 해도 수백 톤이 넘게 쌓인 폐기물을 일일이 뒤집어 불씨를 확인해야 한다.

 문제는 원인도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소방당국은 폐기물에 섞인 인화성 물질이나 퇴적열로 인한 자연발화로 추정할 뿐이다. 간혹 업체 관계자의 실수가 의심되더라도 워낙 불이 광범위하게 발생하다 보니 원인조차 불타 버린다. 

 울산시는 범우 화재 현장조사를 통해 업체에 소방시설 보강을 요구한다는 계획이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소방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고 해도 검은 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발견한 후에는 자체 진화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폐기물 발생업체에 대한 폐기물 배출기준 강화, 폐기물처리업체의 폐기물 소규모 적재 등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러나 업체의 처리비용이 증가해 지자체나 소방당국이 나서기에는 곤란하다. 

 폐기물처리업체 화재는 수십년째 반복되고 있다. 특히 울산의 경우 공단 내에 폐기물처리업체가 위치해 자칫 대형 사고로 번질 위험도 존재한다.
 정부가 나서 보다 적극적인 화재 예방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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