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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에 배드민턴채를 두른 채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어르신의 얼굴이 홍조를 띠었다. 수업이 끝나고 신나게 친구들과 운동을 하러 가실 모양이다.
 또 다른 어르신은 블루투스를 귀에 꽂은 채 팝송을 따라 부르며 교실에 들어오신다. 발자국 소리조차 경쾌하게 들린다.

 요즘의 어르신들은 여느 젊은이들 못지 않게 폼이 멋지다. 청년이 따로 없다. 컴퓨터와 IT 강의를 하며 마주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참으로 멋지다.
 평균 연령 70대의 수강생들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몸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나는 70대,80대인 고령의 어르신들을 일주일 한 두번 컴퓨터 수업으로 만나는데, 그분들은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 뒤쳐지지 않고자 열정적으로 수업에 참여한다.

 최신 스마트폰으로 쇼핑몰을 이용하고, 도서를 구입하며, 영화관 예매까지 스스로 하신다. 그야말로 최첨단을 걷고 계신 것이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건강까지 체크하며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고자 노력하는 걸 보면 앞으로 다가올 나의 노년을 미리 벤치마킹하고픈 생각까지 든다.

 특히 스마트폰 수업은 설명 하나라도 놓칠세라 눈까지 반짝인다. 스스로 필요한 앱을 다운로드 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을 이용해 SNS에 글을 올리거나 사이버 친구들과 담론을 나누며 세상 돌아가는 일에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낸다. 좋은 음악을 SNS에 링크하여 함께 듣고, 좋은 글귀를 주고 받는 등 감성적인 면에서도 젊은이들에 뒤지지 않는다.

 12월 어느날, 84세 어르신이 부인과 함께 인천대교 관광을 다녀왔다며 자랑하셨다. 스마트폰 앱으로 ktx 열차를 예매하고, 인천에 도착해 아무런 도움없이 관광을 하셨다고 한다. 이젠 서울도 일일생활권이라 하루만 투자해도 서울 관광을 제대로 하고 올 수 있는 것이다.

 또다른 76세의 어르신은 자전거를 구입해 라이딩을 즐기는 재미에 푹 빠져 계신다. 스마트폰 앱으로 시간과 거리를 체크하고, 지도를 보는 등 최첨단 기기의 활용을 너무 잘하시는 분이다.
 어르신들은 스마트폰 앱으로 사진과 문서를 스캔해 팩스까지 앱으로 보내고, 모르는 음악은 캡처하여 곡명을 알아낸다. 또 들에서 흔히 만나는 이름 모를 꽃 이름도 앱을 통해 알아내고, 안내판에서 흔히 만나는 QR 코드도 쉽게 해독하는 분들이다.

 또한 예전과 달라진 맞춤법을 몰라도 앱으로 확인하여 SNS에 글을 올릴 때 참고하시는 등, 내 수업의 어르신들은 스마트 기기를 즐거이 이용하는 최대 수혜자들이시다.
 어르신들에겐 隔世之感(격세지감)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노인으로 불리기보다 젊은 오빠로 불러야 어울릴 정도로 시대적 공감능력도 뛰어나다.
 또한 어르신들은 컴퓨터뿐만 아니라 문화교실의 다양한 수업을 수강하는 등 짧은 하루를 아쉬워하며 마감한다.

 필자는 비록 노동의 대가로 주어지는 수업수당을 받으며 일을 하고 있지만 그들로부터 배우는 것 또한 적지 않다. 인간에 대한 배려와 현명함, 그리고 묵은지처럼 잘 익은 지혜가 그것들이다.
 지금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발달로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미디어가 출시되는 최첨단 미디어 시대, 그야말로 유비쿼터스(Ubiquitous)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스마트기기로 자료를 다운로드 하고, 메일로 업무를 지시하며 화상회의를 하고, 은행에 가지 않아도 앱 하나로 송금 및 지로대금을 납부한다.
 또한 외국여행을 위한 교통수단을 앱으로 예약함과 동시에 세계 유명 박물관을 예매한다. 현지에서는 유심카드나 포켓 와이파이 등을 사용해 싼 가격으로 인터넷을 즐기며, SNS로 외국에 있는 가족, 친지들과 무료로 통화를 하는 등, 기기 하나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시대를 살아감으로써 예전의 아날로그 사고로는 이 빠른 세상에 대응하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미디어 혁명은 농촌에도 디지털시대를 열어주었다. 농작물 가격을 인터넷을 통해 확인하고, 축산의 추이(推移)를 체크하며 쇼핑몰을 이용, 농작물 유통을 하는 등 우리 생활 깊숙히 자리한 미디어로 인해 예전의 문맹 대신 넷맹, 폰맹이란 용어가 익숙해졌다. 따라서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이제 나이에 관계없이 모든 연령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자리했다.

 멋진 영상을 만들어 멀리 있는 친구에게 안부를 전하고, 노인회지부 회의에 필요한 문서를 직접 만들고,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으로 영상작품의 편집을 고민하는 노익장(老益壯)의 학생들이 너무 행복해 보이는 하루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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