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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육 북구의원

전 세계적으로 압도적인 선두주자가 없는 1,000조원의 새로운 시장이 있다. 원전해체 시장이다.
 원전해체 경험이 있는 미국, 독일, 일본이 아주 조금 앞서 나가고 있지만, 한국도 아직 기회가 있다.
 '토끼와 거북이' 가 주는 교훈을 마음에 새기고 차근차근 대비해 나가며, 짜릿한 역전이라는 모험을 감수해도 괜찮지 않을까?
 원전해체란 수명을 다한 원전을 완전히 분해하는 마지막 단계로 폐기물과 시설을 처리하고, 그 자리를 일상의 공간으로 되돌리는 복원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새로운 시장이다.

 정부는 원전 건설, 운영에 이어 해체 기술까지 아우르는 원전의 생애 기술을 확보해 원전 강국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원전해체 기술 확보를 위한 핵심시설인 '원자력 해체기술 종합연구센터(이하 원해연)' 건립을 추진한 바 있다. 전 세계 원전해체 시장에 도전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운 것이다.
 고리 1호기가 2017년 6월 폐로 되면 약 5년 정도의 연료 냉각기간이 지난 후 본격적인 해체작업에 돌입하게 된다. 이 시기동안 관련 부처와 기업, 연구센터로 하여금 기술 확보를 하도록 정부예산을 투입할 예정이었으며, 1호기의 실제 해체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수출산업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이 주요골자였다.
 이에 따라 원해연 유치를 두고 그간 경북, 부산, 울산 그리고 인근 경주시 등도 도시발전의 사활을 걸고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여 왔다.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모두 12기의 원전이 수명을 다하여 해체 할 것으로 예상되며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을 해체하는 기술은 국내시장의 경우 13조원, 2050년까지 세계시장의 경우 1,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놓치기 아까운 블루오션이다.
 그러나 2016년 7월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 자문회의에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예비타당성조사보고서에 대해 '타당성이 없다'라고 결론 내려 사업이 무산되어 버렸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해외에서 검증된 해체기술을 고리 1호기에 적용하여 기술을 배우는 것으로 결정해 버렸기 때문이다.
 모험보다는 안전을 선택한 것이다.

 세계 최대 원전 밀집 지역에 원해연을 유치해 '해체산업 허브'로 삼겠다던 여러 지자체의 구상도 틀어지게 되었고, 고리 1호기 해체를 원전해체 기술 확보의 계기로 삼아 세계 원전해체 시장에 진출하겠다던 정부의 계획도 흐지부지 되었다.
 새로운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이제는 창조경제의 기회를 잃어버리지는 않을지, 해체기술 확보가 선진국에 종속되는 것은 아닌지, 또한 국부의 해외 유출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근심으로 변해 간다.
 해체기술을 가진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기술수준은 부문별로 약 70% 정도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다고 해서 앞서 나가는 해외 선진기술 습득에만 만족하며 도전을 멈추어야 하겠는가?

 원전해체 기술 개발은 앞으로 속속 수명이 다하는 원전이 속출할 미래에 대비하여, 자력으로 해체할 기술을 확보하고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여 국가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새로운 기회의 장을 열어줄 키워드는 원해연이다. 기술 확보를 통한 국내역량 축적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가장 필요한 시설이기 때문이다.
 엄밀한 시장분석을 통해 우리만의 전략을 마련하고, 느린 걸음이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었던 거북이처럼 긴 호흡으로 착실히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자.
 그 초석이 될 원해연의 건립을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촉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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