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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까마귀와 공존하는 울산 남구 삼호동 일대가 친환경 마을로 재탄생한다. 울산 남구는 삼호동 와와공원 일원 단독주택과 저층 빌라가 밀집한 주택가를 대상으로 '그린빌리지 조성사업'을 추진한다. 이 사업은 총 500가구 주택 옥상에 2∼3㎾급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전기를 스스로 생산하는 친환경 마을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각 주택이 낮 동안 햇빛으로 전력을 생산해 한전으로 보내고, 주민들은 보낸 만큼의 전기를 공짜로 사용하게 된다. 가구당 한 달 평균 3만원가량의 전기요금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료 절감이라는 현실적인 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 1,500t가량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가 있어 친환경 마을이라는 이름이 가능해졌다. 이같은 규모의 친환경 마을은 전국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대규모 프로젝트다.

국내에서 자치단체나 정부 산하 기관 주도로 주택 밀집지나 농·어촌에 태양광 발전기를 보급하는 사업이 활발하지만, 한 마을에서 500가구 단위로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 대개 수십 가구 단위가 많고, 규모가 크다 해도 100∼150가구 수준이다. 대규모 사업을 할 만한 대상지가 마땅치 않은 데다, 대상지를 정하더라도 주민 참여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남구의 경우 주민들의 자부담을 줄이고 철새와 공존하는 친환경 마을을 조성하기 위해 지속적인 대정부 설득과 주민 공감대 확산에 힘을 쏟았다.

정부는 다른 지역과 형평성을 고려해 남구에 더 많은 지원을 하는 문제에 소극적이었지만 남구는 철새 분변에 따른 주민 피해를 보상한다는 차원에서 사업이 필요하다며 정부측을 설득했다. 실제로 이 지역은 겨울철에 떼까마귀와 갈까마귀 5만∼6만 마리, 여름에 백로 8,000여 마리가 서식하는 국내 대표 철새도래지다. 철새와 주민의 공존거리가 지척에 있기 때문에 주민들로서는 여간 성가신게 아니다.

이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옥상에 널어놓은 빨래나 자동차에 떨어지는 철새 분변과 악취로 고통을 겪어왔다. 바로 그 점을 부각해 그린빌리지라는 차별화된 친환경 마을을 조성하려 했던 것이 주효했다. 남구는 앞으로 그린빌리지와 더불어 철새홍보관, 게스트하우스, 철새거리 등을 조성해 일대를 철새를 주제로 한 생태관광지로 조성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철새와 주민의 공존이라는 모범사례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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