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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희 북구 문화쉼터 몽돌 관장

바둑알만 한 것에서부터 손가락 정도 크기의 둥글납작한 몽돌이 해변을 가득 메우고 있는 북구 산하해변.
 필자는 북구청이 강동동 주민과 관광객들의 문화욕구를 해결해 2009년부터 문을 연 문화쉼터 몽돌에서 1년 남짓 근무하고 있다.
 문화쉼터 몽돌은 2009년 바다도서관으로 처음 문을 연 뒤 2012년 인문학 서재 몽돌로 이름을 바꿔 운영되다가 현재 문화쉼터 몽돌로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서는 책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각종 인문학 강좌, 공연,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전시, 종이접기, 아동글쓰기, 동화 구연, 성인독서토론논술 등의 강좌가 인기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 무료 영화도 상영한다. 지난해에는 '반딧불이 축제'가 열려 주목 받았다.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몽돌로 이뤄진 해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소리와 검은 진주가 연상되는 몽돌이 파도와 부딪쳐 내는 "차르르 차르르"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세상 근심 걱정을 벗어낼 수 있다.
 대자연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몽돌소리는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선'에 5번째로 이름을 올려졌다. 동해가 시작되는 곳 '강동바다'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해가 뜨는 풍경이 아름다운 몽돌해변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이곳에서 근무하면서 "몽돌해변이라는데 몽돌이 많이 없네요."라는 말을 자주 듣게 돼 나도 모르게 의기소침해진다. 왠지 몽돌이 없어지는 것이 꼭 내 탓인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핸드백에서 검은 봉지를 꺼내서 몽돌을 주워 담는 관광객을 종종 보게 된다. 그들에게 몽돌을 무단 반출시 벌을 받고 벌금도 부과된다고 알려주면 대부분 화를 낸다.
 몽돌을 제자리에 둬 달라고 하면 몽돌이 든 봉지를 패대기치기도 한다. 또 어떤 관광객은 대놓고 집 어항에 넣어둘 것이라며 몽돌을 들고 줄행랑을 친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너울성 파도가 친 다음날이면 몽돌 밭은 때 아닌 진풍경이 펼쳐진다. 탐석을 하는 사람들이 파도가 가져다준 해석(海石)을 고르기 위해 몽돌 밭을 뒤지는 사람들이 줄을 잇기 때문이다.
 몽돌을 가져가지 말라고 방송을 하면 그 순간뿐이고 탐석활동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다.

 사실 몽돌이 유실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또 다른데 있다.
 높은 파도의 잦은 내습과 함께 방파제 설치, 연안 정비 등으로 인해 해안선이 변경되면서 해류의 흐름이 바뀐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몽돌 유실의 원인으로 높은 파도의 잦은 내습이라는데 공감한다.
 몽돌해변 일대는 파도가 거세게 치는 날이 많다. 너울성 파도가 치는 날이면 문화쉼터 몽돌 가까이 파도가 밀려들어온다. 큰 파도가 치고 난 다음날 파도가 잠잠해지면 해변의 모습이 달라진다.
 바둑알 같은 몽돌을 삼키는 대신 큰 돌을 뱉어내기도 한다. 또 반대로 큰 돌을 삼키고 작은 돌을 뱉어낸다.
 너울성파도가 몽돌을 휩쓸고 간 다음 바다 속을 긁으면서 '툭' 돌을 던져놓고 가는 자연의 신비에 매번 놀라고 만다.

 바닷가의 자연환경은 시시각각 변해 장담할 수 없다. 바람이 거세게 불다가도 이내 잠잠해지고, 또 파도가 잔잔하다가 어느새 거칠어질 때도 있다.
 바다의 변화무쌍한 얼굴에 매번 놀라지 않을 수 없게 되는데, 오히려 몽돌 유실을 막아야 한다는 마음은 더 간절해진다.
 해저보(물에 잠긴 둑)가 몽돌 유실을 방지하고 있다고 하는데, 관광객이 많이 찾는 산하해변에도 하루 빨리 해저보가 설치돼 몽돌의 유실을 막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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