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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2월 임시국회에서 상법 개정안 입법화를 추진하자, 현대중공업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현대중공업에서 진행하는 기업 분사 및 지주사 체제 조성 작업이 자사주 의결권을 규제하는 상법 개정안에 가로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중공업 오너가의 지배력이 크게 떨어져 사실상 지주사 전환 및 분사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박용진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분할 또는 분할합병할 경우 단순분할신설회사와 분할합병신설회사는 분할회사가 보유하는 자기주식에 대하여 신주의 배정을 금지하고, 분할승계회사에 대해서도 신주발행 뿐만 아니라 자기주식을 교부하는 행위도 금지한다. 사업재편을 통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기업이 자사주를 이용해 지배력을 높이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자는 취지다.
 말하자면, 자사주 의결권 규제가 핵심인 법으로, 사업재편을 막는 분사금지법으로 해석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고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때문에 회사분할을 눈앞에 두고 있는 현대중공업으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중공업의 회사 분할을 위한 주주총회는 이달 27일로 예정돼 있다.
 국회가 현대중공업 주주총회 이전에 상법 개정안의 본회의 처리를 통해 자사주 의결권에 제동을 건다면 현대중공업의 인적분할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회사를 6개 독립사업회사로 나누는 방안을 의결했다.
 현재의 회사를 △조선·해양·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로봇 △서비스(선박AS) 등 6개로 분할하고 지주사인 '로보틱스'를 신설하는 체제다.
 여기서 그린에너지와 서비스는 각각 조선과 로봇사업부의 100% 자회사(물적 분할)가 된다.
 인적 분할되는 회사는 조선,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 사업부다.
 현대중공업의 인적분할이 추진되면, 현대중공업 주주는 4개 회사의 주식과 로보틱스 주식을 함께 보유하게 된다.
 회사 조직은, 지주회사인 현대로보틱스 밑에 현대중공업, 전기전자, 건설장비, 현대오일뱅크 등이 병렬로 위치한다.
 이렇게 되면 경영효율화 및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회사 분할·분사라는 명분과 함께 기존 대주주의 추가 자금 조달 없이 신설회사에 대해 지배력을 가질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지배력이 높아지게 되면 정몽준 대주주에서 정기선 전무로의 승계 과정도 수월해질 것"이라며 "특히 대주주의 지분율이 올라간다는 점에서 분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2월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현대중공업의 회사분할·분사 등 사업재편에 난항이 예상되고 오너가 자사주를 활용해 지배권을 강화하려는 조치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이와 관련 대한상의는 "기업의 경영투명성만 지나치게 강조할뿐 기업 생존과 경영효율화의 핵심인 자율성, 경영정보 보호 등을 침해할 독소조항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미영기자 myidaho@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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