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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대표적인 문화브랜드는 고래다. 동해안의 다른 도시인 포항이나 속초 등이 배 아파할 일이지만 한반도의 고래는 이제 울산이 '원조'가 됐다. 고래축제나 특구지정이 그 증거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반구대암각화에 새겨진 고래사냥의 증좌는 울산을 고래 원조로 부르는데 어떤 이견도 용납하지 않는다.

원조 인증을 바위에 새겼으니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울산 남구가 생태체험관과 크루즈선으로 관경산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제는 배가 있고 7,000년 전 고래사냥의 증좌가 있는 울산이지만 정작 고래가 없다는 사실이다. 무슨소리냐. 고래바다여행선을 타고 나가면 고래를 만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운이 좋아야 만날 수 있는 고래는 '울산 것'이라 고집할 수 없다. 또 반론을 제기하는 쪽은 고래생태체험관을 이야기 한다. 수족관의 고래는 고래가 아니냐는 말이다. 맞는 이야기다. 바로 이 사실이 팩트다.

고래없는 고래도시, 7,000년전 바위 그림으로 남아 있는 고래도시, 포경의 추억이 뱃고동소리처럼 아련한 과거의 기억이 울산 고래관광의 현주소였다. 여기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 고래바다여행선과 생태체험관이다. 지난 2009년 고래생태체험관이 문을 열 때, 전국의 언론은 일본에서 들여온 돌고래 4마리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주민증을 발급하자 울산시민이 된 것처럼 환영했고 요란한 특집기사로 울산을 알렸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비극이 시작됐다. 수입한 돌고래, 새끼를 낳은 돌고래와 새끼까지 잇달아 폐사했다. 고래관광의 핵심이라며 떠들던 언론이 돌변했다. 동물학대가 머리띠를 두르고 환경단체가 남구청에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그래도 살아 있는 고래가 있어야 관광이 활성화 된다는 남구는 또 돌고래 두 마리를 수입했다. 불행하게도 바로 그 돌고래 가운데 한 마리가 5일 만에 폐사했다. 돌고래의 죽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돌발적인 죽음이 울산의 고래관광까지 사지로 몰아가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바다에 뛰놀던 돌고래를 인간의 욕망으로 가둔 것이 문제라면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의 문제부터 따져야 하는 철학적 화두로 비약한다. 관광은 상업적이다. 하지만 굳이 상업적인 고래관광을 울산 남구가 관 주도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가능한 상업적 색체를 공익적 목적성으로 승화하려는 노력이다. 그 노력에 대해 언제는 박수치다 비난의 손가락질만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좀 더 신중하게 숙고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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