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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울산경제 활성화를 위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대법)'은 청신호, 산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개정 상법'은 빨간불인 상황.
 지지부진한 동북아 오일허브 울산사업의 활로를 찾기 위한 전제조건인 석대법 개정안은 국회 법안소위 통과로 반기는 분위기인 반면, 현대중공업의 사업분할을 가로막는 상법개정안은 '국회의장 직권상정 카드'로 국회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통과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법안에 대해 지역 산업계가 상반되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 글로벌 석유거래 요충지 핵심 열쇠 환영
15일 업계에 따르면 석대법은 14일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석대법은 국제석유거래업을 신설하고, 종합보세구역 내에서 석유제품의 혼합 및 제조행위를 허용하는 내용으로 동북아오일허브를 위한 필수적인 법이다.


 지난 2014년 정부안으로 제출된 이후 산업위 법안소위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2년간 계류되다가 19대 국회를 끝으로 자동폐기된 바 있다.
 20대 국회에서 이채익 의원(울산 남구 갑)의 대표발의로 2016년 5월 울산지역 국회의원 6명과 함께 공동으로 발의해 다시 법 개정의 불씨를 살렸다. 
 석대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동북아 오일허브 1단계(북항사업) 합작법인의 출범과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인 오일허브 2단계(남항사업) 사업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동북아 오일허브 울산사업은 유가하락과 글로벌 경기침체, 석대법 개정 지연 등으로 1단계 전담 합작법인 지분확정이 미뤄지고 있고, 2단계의 예비타당성조사 결과발표도 지연되는 등 어려움에 처해 있다.
 국회 본회의 통과라는 마지막 관문을 남겨두고 있지만, 이번 상임위 법안소위 통과로 무난하게 처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석대법 국회 소위 통과로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 속도 기대감 속
野, 상법 개정안 국회의장 직권상정 처리 압박하며 기업들 옥죄
분사 등 사업재편 앞둔 현대重 주총 전 상법 통과 전전긍긍 상황 주시


 울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석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물동량 확대와 거래활성화를 통해 물류·항만·금융 등 연관산업 발전과 투자와 고용이 확대될 수 있다. 말하자면 석대법 개정은 오일허브사업이 단순 저장소에 그치느냐, 아니면 고부가가치 미래 성장동력 사업이 되느냐를 판가름할 핵심 열쇠"라며 "석대법 개정으로 혼합·제조행위가 가능해지면 경제성이 크게 높아져 답보상태인 투자유치의 물꼬를 트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국회가 2월 임시국회에서 상법 개정안 입법화를 위해 추진하자,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지역 산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상법개정안의 통과 여부가 기업들의 운명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법개정안 처리를 위해 야권이 '국회의장 직권상정 카드'까지 언급하며 압박하고 있어, 긴장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상법개정안 처리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며 "일부 재벌 대기업에 '해당 상임위에 대한 로비는 소용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 그런 것(로비) 하지 말라고 분명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 경영권 자체 위협하는 상권 개정 반발
상법 개정안은 박용진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으로 대주주가 기업을 '인적분할' 방식으로 쪼개면서 해당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를 활용해 손쉽게 지분을 늘리는 것을 규제한다.
 자사주 의결권 규제가 핵심인 법으로, 한켠에서는 '자사주의 마술'로 불리는 편법을 허용해 대주주가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손쉽게 지배력을 강화할 통로를 방지한다는 평가를 받고, 또다른 편에서는 사업재편을 막는 분사금지법으로 경영효율성과 경쟁력 강화를 막는 법안으로 해석되고 있다.


 울산에서 상법 개정 국회 통과 여부가 주목받는 것은 현대중공업의 사업재편 및 지배구조 재편 시나리오에 '자사주의 마술'을 활용하는 방식이 존재한다는 점이 작용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회사를 6개 독립사업회사로 나누는 방안을 의결했다. 현재의 회사를 △조선·해양·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로봇 △서비스(선박AS) 등 6개로 분할하고 지주사인 '로보틱스'를 신설하는 체제다.
 현대중공업의 인적분할이 추진되면, 현대중공업 주주는 4개 회사의 주식과 로보틱스 주식을 함께 보유하게 된다. 회사 조직은, 지주회사인 현대로보틱스 밑에 현대중공업, 전기전자, 건설장비, 현대오일뱅크 등이 병렬로 위치한다.
 이렇게 되면 경영효율화 및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회사 분할·분사라는 명분과 함께 기존 대주주의 추가 자금 조달 없이 신설회사에 대해 지배력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대중공업의 회사분할·분사 등 사업재편에 난항이 예상되고 오너가 자사주를 활용해 지배권을 강화하려는 조치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상법개정안 강행 처리 움직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법은 대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자고 개정하는 것인데 경영권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이라며 "지배구조를 수술하려다가 오히려 외국 투기자본에 기업이 휘둘릴 수 있다"고 전했다.                                   김미영기자 myida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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