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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구 신정동에 사는 박미경씨(52)는 장을 볼 때마다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장을 보러 나서기 전에 여러 마트의 가격을 비교하는 것은 필수가 된 데다 소량 구매를 선호하게 됐다. 박씨는 "채소는 비싸다고 사지 않을 수도 없기 때문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딱 필요한 만큼만 소량으로 구매한다"고 말했다.
 
 울산지역 가계에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급격하게 오른 장바구니 물가로 가계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 현대중공업 발 구조조정으로 생계가 위협받고 지갑은 얇은데 물가가 계속 오르자, 소비를 줄이는 등 지역민들의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때문에 전국에서 가장 소비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라면 소비절벽이 더욱 심해져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울산서민경제가 더욱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16일 통계청이 내놓은 '2016년 4분기 및 연간 지역경제동향'을 보면 4분기 울산의 서비스업생산은 0.2% 증가하는 데 그쳐 전국 꼴찌를 차지했다. 전국 평균(2.1%)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전문·과학·기술, 음식·숙박 등의 부진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전국에서 소비가 가장 부진했던 지역도 울산이다. 조선업 구조조정의 여파가 소비 감소로도 이어진 탓이다.
 지난해 울산지역 소매판매액지수는 0.6% 감소했으며 지난해 전국 소매판매 증가율 4.1%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울산지역 백화점 판매가 0.6% 감소했으며 대형소매점판매도 4.0%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경기가 어려워지자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가계들이 지갑을 닫은 것이다.
 그런데도 울산의 물가 상승률(1.7%)은 호황을 누리고 있는 제주(2.0%)에 이어 2위를 기록했고 전국 평균 소비자물가(1.5%) 보다도 높았다.
 계란ㆍ라면ㆍ채소 등 '밥상 물가'는 물론이고 가공식품에다 휘발유, 하수도요금 등 공공요금까지 인상 대열에 합류하면서, 서민가계를 옥죄고 있는 모양새다.
 기름값 인상도 심상치 않다. 최근 산유국의 감산 합의 이후 국제유가가 10% 넘게 오르면서 국내 휘발유 소비가격도 16일 현재 연중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울산에 기업 구조조정에다 '물가 충격'이라는 또 하나의 한파가 몰아닥쳤다. 가뜩이나 구조조정 등으로 실직의 위기에 처한 서민들의 마음이 무겁고 착잡한데, 물가마저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면서 "가계의 실질소득이 감소한 마당에서 서민들이 피부로 접하는 물가 한파는 앞으로 더욱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미영기자 myida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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