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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에 이르는 중도금 대출 금리, 결국 울산에서 분양받는 계약자는 은행의 봉이란 말인가요?"
 지난해 12월 북구 송정지구에 공급된 한 아파트 단지를 4억 여원에 분양받은 김 모씨는 최근 화병에 걸릴 정도다. 해당 아파트 단지의 중도금 대출이 4.5%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집단대출로 위험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데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2배에 달하는 중도금 대출금리를 보면, 울산에선 분양계약자가 '봉'이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정부의 대출 규제를 명분으로 은행들이 이때가 기회다 싶어 이자장사를 나서는 게 말이 되느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집단대출 이자가 급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울산지역은 중도금 대출 금리가 최고 5%대까지 치솟으면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월 취급된 은행권 중도금 대출 평균금리는 3.90%였다.
 2015년 9월 연 2.64%까지 하락했던 평균금리는 지난해 9월 3.53%, 12월 3.93% 등으로 높아졌다.
 은행들이 심사를 까다롭게 하면서 가산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정되면서 시장금리가 오르고, 올해 분양물량 입주 시기가 몰리면서 아파트 가격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자 은행들이 위험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선 결과다.

 특히 울산은 4%대 중도금 대출 금리로 경남 5%에 이어 전국에서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 지역으로 꼽혔다.
 반면, 지난달 서울 강남권 아파트의 1월 중도금 대출금리는 연 2.98%, 강북지역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 평균금리는 3.51∼3.61%, 경기지역은 3%대 수준이었다. 부산은 3% 중반이었다.
 울산지역 분양 계약자들은 타 지역보다 최대 2% 이상 높은 금리를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울산의 분양 계약자들은 '중도금 대출 이자폭탄'을 껴안고 있는 셈이다. 

 집단대출이란 신규 아파트를 분양할 때 대출자 개인의 상환능력에 대한 심사없이 중도금과 이주비, 잔금 등을 빌려주는 은행 대출상품을 말한다.
 집단대출은 상품 특성상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보증을 한데다 박리다매 구조라 개인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낮은 편이다.
 그러나 은행들이 정부의 여신가이드 라인 적용을 명분삼아 까다롭게 굴면서  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울산에서 지난해 하반기 분양된 송정지구 5개 물량(호반베르디움, 제일풍경채,한양수자인,유보라아이비파크,한라 비발디)의 중도금 대출금리는 대부분 4% 후반으로 책정되는 분위기다.
 남구 힐스테이트수암도 5% 안팎의 대출이자로 계약될 것으로 알려져 계약자들의 불만이 높다.
 중도금 대출 금리 급등 상황에서 계약자 입장으로선 자기 자본력을 갖추지 않은 이상, '울며 겨자먹기'로 건설사가 지정한 은행의 금리로 대출계약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은행권이 금리 인상 추세에 편승해 노골적인 이자 장사를 벌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계약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은행들과 협의를 통해 금리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부의 대출 규제와 금융 여건을 내세우며 금리를 높게 부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도금 은행을 구해도 금리 때문에 계약자들이 수긍할지 걱정"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미영기자 myida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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