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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고등법원이 현대차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 항소심에서 전원 불법파견 판결을 내렸다. 현대차가 산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하면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제조업 사내하도급 활용에 대한 사형선고로 여길 만큼 충격적인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법원은 일의 성격을 떠나 현대차 울타리 안에서 작업하는 모든 협력업체 근로자를 불법파견이라고 봤다.

이번 판결은 아무리 법리를 엄격히 적용했다고 해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현대차 부품협력업체에서 부품을 받아 현대차에 납품하는 2차 물류하도급업체 근로자도 이번 판결로 단번에 현대차 정규직으로 가는 티켓을 확보한 셈이다.

이 업체는 현대차와 아무런 법률적 계약관계가 없는데도 법원은 이들을'묵시적 파견관계'로 엮어버렸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에 파견을 금지하고 있다. 간접생산공정과 자동차 생산 후 협력업체만 별도로 작업하는 KD포장과 수출선적 업무, 심지어 부품을 납품하는 2차 협력업체 근로자까지 불법파견으로 보는 것은 억지스럽기까지 하다. 오죽하면 현대차노조 현장조직이'산업계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 판결'이라고 비판했을까.

앞으로 이와 유사한 상황에 놓여 있는 수많은 근로자들이 너도나도 소송에 뛰어드는 사회적 대 혼란이 일어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대로 가다간 현대차 울타리 안에서 커피 한잔만 마셔도 정규직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현실이 될 모양새다. 불법파견 잣대가 유독 제조업에만 엄격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에 대해 적법도급 판결을 내렸다.

단적으로 법원은 현대차 생산라인의 작업매뉴얼은 노무지휘권 행사로 판단한 반면, 삼성전자서비스의 수리업무매뉴얼과 친절서비스매뉴얼은 일정수준의 균일한 서비스 수준 유지 등 도급계약 목적달성을 위한 것으로 판단했다. 도급의 개념을 유독 제조업에 엄격하게 적용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현대차 등 제조업은 국가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제조업이 휘청이면 국가경제도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게 되고, 다음 세대 일자리 문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파견법을 앞세운 잔혹한 불법파견 칼춤에 어떤 제조업체가 버텨낼 수 있을 지 걱정이 앞선다. 앞으로 있을 대법원 최종심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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